[올림픽/양궁]김수녕 "다음은 2004 아테네"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27분


"지원아, 정훈아 엄마 금메달 땄다."

12년전 시상대에서 '엄마'를 부르며 울던 여고생은 이제 엄마가 돼 아들 딸의 이름을 외쳤다.

어떤 경우에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던 아이스 우먼 김수녕(29·예천군청). 그는 경기가 끝난뒤 TV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으며 한국에서 엄마얼굴을 지켜볼 딸 지원(6)과 아들 정훈(1)이를 위해 손을 흔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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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이후 8년만에 다시 목에 건 금메달.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오랫만에 듣는 애국가는 달콤했다. 단체전 결승전 내내 때로는 김남순의 머리도 쓰다듬고 때로는 윤미진의 등을 두드려주며 독려한 김수녕은 후배들이 너무 잘해줘 이런 영광을 안게 됐다 며 공을 돌렸다.

여고 2년생으로 처음 참가한 88서울올림픽에서 개인, 단체전을 휩쓴데 이어 92바르셀로나 단체전 금, 이번 시드니 단체전 석권까지 총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김수녕은 빙상 쇼트트랙의 전이경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따낸 선수가 됐다.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까지 합하면 전이경의 5개(금4, 동1)를 뛰어넘어 총 6개의 메달로 한국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리스트.

선수로서의 영광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무도 그만큼 많이 메달을 따고 그만큼 국가의 명예를 빛낸 선수도 없다.

사실 지난해 그의 복귀를 두고 양궁계에선 말이 많았다. 후배의 앞길을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역대 최고의 '프로'이자 '승부사'. 자신의 운동, 자신의 의지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고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게다가 냉정하다.

"내 운동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생활신조"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김수녕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1일 코칭스태프에게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뛰겠다 며 현역 선수생활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타깃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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