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버팔로 66>,상처받은 사내 '구원의 묘약'은 사랑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0분


‘퓨너럴’ 등에 출연한 배우 빈센트 갈로의 감독 데뷔작 ‘버팔로’66’은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 상처입은 짐승처럼 웅크린 한 사내가 구원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남 대신 장기 복역하고 출소한 빌리(빈센트 갈로)는 소변이 마려워 뛰어들어간 탭댄스 교습소에서 라일라(크리스티나 리치)를 납치한다. 그는 라일라에게 자신의 부모 앞에서 아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빌리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신의 불행을 미식축구팀 버팔로 빌즈의 한 선수 탓이라고 생각한 빌리는 복수를 결심한다.

빌리의 황폐한 어린 시절을 조각 화면으로 보여주는 등 실험적 시도가 눈에 띄지만 이 영화에서는 시각적 매끈함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앞선다. 빈센트 갈로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영화의 좀 느닷없는 결론에는 상처의 치유를 갈망하는 감독의 갈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외롭고 상처받은 빌리가 아이처럼 웅크리고 자는 장면 뿐 아니라 느닷없이 신경질을 내고, 맘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장면에까지 절절이 배어있는 처연한 기운 때문에 마음의 동요없이 보기 어려운 영화. 사랑으로 빌리를 구원하는 라일라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의 연기가 빼어나다. 18세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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