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거리에 나도는 삐라

동아일보 입력 2000-09-19 19:14수정 2009-09-2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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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를 비난하는 삐라가 서울의 신라호텔에서 발견된 데 이어 시내 곳곳에서 남한사회를 비방하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삐라들이 발견되고있다.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 공존 공영을 도모하고 있는 때에 냉전시대의 유물인 그같은 삐라가 서울 도심에 살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삐라의 인쇄상태 등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고무풍선을 이용해 보낸 것이 확실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은 편서풍 계절인 매년 4월과 9, 10월 경 집중적으로 그같은 삐라를 살포했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신라호텔 주변 상공에서 그 풍선이 터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경찰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호텔로비와 학술원 건물 내부에서 삐라가 발견될 수 있느냐며 분명히 ‘사람의 손’에 의해 살포됐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남한내의 고정간첩들이나 좌익세력이 남북한 화해시대를 틈타 ‘조직적으로 발호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이번 삐라가 경찰의 판단대로 북한이 만든 것이라면 그 저의가 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부터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고 25일에는 국방장관회담도 예정되어 있는 등 남북한관계는 지금 역사적인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당국이 과거처럼 남한체제 비방이나 특정인사를 매도하는 삐라를 살포했다면 그것은 화해분위기를 크게 해치는 처사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6·15공동선언 이후 내부적으로 체제 강화 캠페인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통일부측의 분석이다. 북한 방송들은 실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남한인사들의 이름까지 인용, “남한에서는 김정일위원장을 통일대통령으로 칭송하고 있다”는 등 마치 남한사회가 김위원장을 적극 추종하는 분위기에 젖어있는 것처럼 선전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수백장의 삐라는 이같은 북한측의 대대적인 선전활동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삐라에 ‘김정일 장군님은 통일의 태양’운운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의 대남(對南)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생기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의 주장처럼 만에 하나 남북화해분위기를 이용해 남한사회를 어떻게 하려는 세력이 우리 주변에 암약하고 있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경찰은 쓸데없는 추측이나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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