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형-아우 '합작결승골'…이천수 연속슛

  • 입력 2000년 9월 17일 23시 29분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천수(19·고려대)의 ‘근성’이 없었다면 맛보지 못할 값진 승리였다.

후반 6분 김도훈이 상대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을 때 벤치에 있던 허정무 감독은 고민 끝에 이천수를 키커로 지목했다.

보통 페널티킥은 베테랑 스트라이커가 차는 게 관례. 8강진출의 명운이 걸린 한판경기에서 키커가 받는 중압감이 엄청나기 때문에 풋내기가 차다간 실축하기 십상. 누구나 국제경기 경험이 많은 김도훈이나 고종수가 찰 것으로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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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허정무감독은 과감히 승부수를 띄웠다. 이천수가 어린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데다 골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일’을 낼 것만 같았던 것.

그 판단은 들어맞았다. 이천수는 슛한 볼이 상대 골키퍼 엘자르무니의 손에 걸렸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 결승골을 뽑아내 허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보통 슛한 볼이 골키퍼에게 걸리면 낙담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게 통례. 이천수는 만일의 경우까지 대비, 골문으로 달려들어 결국 골을 잡아내는 집념을 보였다.

골키퍼 엘자르무니가 쳐낸 볼이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온 것은 행운. 하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것은 이천수의 골에 대한 집착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청소년과 올림픽, 국가대표팀을 동시에 섭렵하고 있는 이천수. 시드니올림픽을 통해서 ‘월드스타’로 부상하며 2002월드컵의 주역으로 서서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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