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남녀북남이지요"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녀북남이지요.”

남측 김봉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한마디에 좌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11일 시드니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회식 남북동시입장 실무협상.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협상이었지만 기수 선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남북에서 한 명씩 공동으로 기수를 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키 2m의 ‘롱다리’인 남측 김세진(남자배구)과 어깨를 나란히 할 북측 기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농구나 배구팀이 참가하지 않은 북측 선수단은 1m80이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것.

이때 나온 깜짝 아이디어가 바로 ‘남녀북남’. 남측은 여자 기수로 농구의 정은순(1m85·삼성생명)을 낼 테니 북측에선 가장 키가 큰 남자 기수를 찾아보라는 것.

이에 북측에선 가장 키가 큰 박정철 유도 감독이 자연스럽게 남자 기수로 선정됐다. 박감독은 북한 유도가 배출한 최고 스타. 87년 세계선수권대회 81㎏급에서 북한 유도사상 첫 세계대회 메달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현재는 평양체육대 교수.

그러나 출국 전 ‘가문의 영광’을 되뇌며 가슴 뿌듯해 하던 김세진은 날벼락(?)을 맞은 경우.

체육회 관계자들은 ‘남북동시입장 때를 빼놓곤 김세진이 여전히 한국선수단의 공식 기수’라고 달래보지만 소속팀 삼성화재의 신치용감독은 “그때말고 깃발 들 일이 어디 있어요”라며 볼멘소리.

<시드니〓올림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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