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미리 그려 본 '남북 동시입장'

입력 2000-09-13 18:27수정 2009-09-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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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15일 오후 6시40분(이하 한국시간).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운집한 11만명의 관중을 비롯해 전 세계 60억 지구촌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민족의 새 역사가 쓰여진다.

오후 5시부터 열린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식전행사가 끝난 뒤 6시에 시작되는 선수단 입장식.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동티모르를 포함한 전 세계 200개 국가 중 한국 선수단의 입장순서는 97번째.

‘코리아(KOREA)’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떨어지고 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하나가 된 180명의 공동선수단은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단기를 앞세우고 당당히 입장, 남북이 하나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한다.

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옛 동독과 서독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적은 있지만 분단국이 하나의 깃발 아래 동시에 입장한 것은 1896년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사상 처음.

남북 각 90명의 선수단은 11일 서울에서 긴급 공수된 짙은 감색 상의를 입고 왼쪽 가슴에 명함 크기의 한반도기를 핀으로 달고 입장한다.

밝은 베이지색 바지 치마에 앙증맞은 오렌지색 넥타이의 흰색 와이셔츠 차림. 구두는 짙은 갈색 또는 검은 색으로 통일했다.

남북공동기수인 정은순과 박정철이 ‘코리아’ 단기를 함께 잡고 모습을 드러내자 11만명의 관중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다.

마치 천상의 선남선녀를 옮겨놓은 듯한 이들 기수 바로 뒤에는 이례적으로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위원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북한의 장웅 IOC위원이 손을 맞잡고 행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급속히 진전된 한반도 평화무드를 전 세계에 알린다.

남북의 선수들은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한데 섞여 행진. 더러는 손을 잡고 가기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북측은 이번 대회에 선수 31명, 임원 30명 등 61명의 엔트리를 제출했으나 물리치료사 등 지원요원을 포함할 경우 선수단은 9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남측은 398명의 선수단 중 16일 경기가 있는 양궁 배드민턴 복싱 등과 체중조절이 필요한 종목, 마라톤 축구 야구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선수단을 구성했다.

단복은 IOC가 제작비 3만달러를 지원해 8일부터 폐기처분을 각오하고 코오롱이 수주를 받아 비밀리에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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