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디오]차례상 물린후 이런 비디오 어때요?

  • 입력 2000년 9월 8일 19시 02분


《차례상을 준비하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인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은 항상 평소보다 비디오 대여점 매출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 때가 내겐 전장에 나가는 군인처럼 육체적, 정신적 무장을 하며 바짝 긴장해야 할 시기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대여점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손님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내놓는 아이에서부터, 연세 지긋한 노인들까지…. 이제 가족들은 윷놀이보다 비디오를 함께 보며 명절을 지낸다.》

추석 연휴 때 대여점을 찾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비디오는 뭐니뭐니해도 최근 출시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신프로 대박’이다. 대여점에 몇 달에 한 번 들르는 고객들도 무조건 ‘신프로 대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기에 대박 프로를 빌리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 단골 대여점에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대박 프로를 놓친 분들은 ‘아메리칸 뷰티’ ‘슬리피 할로우’ ‘데스티네이션’ 등 8월의 인기 비디오들을 챙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석 연휴 때의 특징은 에로 비디오가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국 에로 비디오의 전성기라 할 정도로 에로 비디오 대여율이 높다. 그러나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명절땐 에로 비디오를 볼 만한 은밀한 공간과 시간이 없는 게 단점. 그래서인지 명절땐 가족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출시작 중 가족끼리 볼만한 영화들로는 ‘책상서랍속의 동화’ ‘사이더 하우스’ ‘컵’ ‘여기보다 어딘가에’ ‘사이먼 버치’ ‘아빠를 업고 학교에 가다’ 등이 있다.

극장이나 비디오 대여점 모두 ‘대목’인 추석 연휴의 또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극장가에 스케일 큰 영화들이 새로 쏟아지면,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이 영화들의 ‘이삭줍기’현상이 일어난다. 극장에서 인상깊게 봤거나, 크게 히트한 영화와 관련있는 비디오들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와호장룡’의 열풍으로 고전 무협영화들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꽤나 분주했었다. ‘할로우맨’ ‘공동경비구역 JSA’ ‘시월애’ ‘택시2’등 많은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추석 연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삭줍기에도 경향이 있다. 대체로는 좋았던 영화와 비슷한 비디오들을 골라보지만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감독별로 이삭줍기를 하는 편이다. 이번 추석 연휴때 ‘택시2’가 재미있었던 사람이라면 ‘택시’1편을, ‘U―571’이 인상깊었다면 ‘특전 U보트’ ‘붉은 시월’ ‘크림슨 타이드’ ‘유령’ 등의 잠수함 영화들을 찾게 되지 않을까. 또 감독별 이삭줍기를 하고 싶다면 이번에 대비할만한 영화로는 ‘할로우맨’의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들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이다.

추석을 앞두고, 나는 사랑하는 고객들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한다. 먼지가 쌓여있던 구프로 테이프들을 정성스럽게 닦고, 새로 나오는 비디오와 인기 비디오의 포스터를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해야 하고, 많이 찾을만한 비디오들을 한 곳에 보기좋게 진열해둬야겠다. 아참, 한물간 대박영화들도 이번 기회에 추석 선물로 단골고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줘야겠다.

이진숙(비디오대여 체인 ‘영화마을’ 종로점 7년째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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