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경재의원의 '곧은 소리'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0분


민주당은 그동안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강한 여당론’과 ‘국회법대로 처리’ 지침에 따라 지금의 정국파행사태를 풀어나갈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야당에 밀리면 안된다는 식의 강경자세로 일관해왔다. 그런 민주당내에서 모처럼 ‘곧은 소리’가 나왔다.

6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경재(金景梓)의원은 “현 상황은 정부와 당의 대단한 위기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못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당의 ‘무기력 무소신 무책임’을 비판했다.

김의원은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에 대해 당이 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가. 떳떳하다면 특별검사제라도 하자. 한나라당의 장외집회를 비난하는데 우리 같으면 (장외집회를) 안 했겠는가. 국회를 정상화시키려면 우리도 손상 입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강경책으로 일관하다가는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하게 된다. 추석 때까지 해결 못하면 지도부는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지도부가 김의원의 직언을 ‘쓴 약’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강한 여당’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할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회법대로 처리’ 또한 집권 여당의 도덕적 정당성이 뒷받침될 때 ‘원칙’으로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법 날치기처리와 선거부정 축소 및 비용실사 개입 의혹,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은 한결같이 여권의 정당성 없는 권력행사 및 비도덕적 권력행태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외면한 채 ‘강한 여당’과 ‘국회법 원칙’만을 내세워서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나온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한나라당 양분론’은 어이없다. 그는 한나라당이 강경투쟁을 지속하다가는 자칫 당내분열이나 당 밖의 제3세력 등장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애정어린 충고’라고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할 때인가. 그의 말은 야당 분열을 부추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으며 결국 여야(與野) 극한대결구도를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이런 엉뚱한 발언 역시 여권 지도부가 정치현실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민주당 수뇌부는 소속의원의 ‘곧은 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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