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워싱턴대 로스쿨에 한국인 초상화가…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41분


미국 미시시피 강변,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전통의 도시, ‘서부의 관문’(Gateway to West)으로 불리는 세인트루이스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손꼽히는 명문인 워싱턴대학(Washington University)이 있다. 특히 의대와 법대(로스쿨)가 유명해 ‘중부의 하버드’로 불린다.

이 대학 로스쿨은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유명한 ‘버드와이저’ 맥주회사의 창립자인앤하이저 부쉬(Anheuser Busch)의 이름을 따 부시홀로 불린다.

그러나 정작 로스쿨 본관 2층 입구에는 부쉬 대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한국인 여성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 주인공은 재미교포 재닛 리(Janite Lee·58). 그는 93년 미주리 주정부가 발행한 복권에 당첨이 돼 거액을 벌었다.

그는 복권 당첨액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150만달러(약17억원)를 이 대학 로스쿨에 기부했다.

대학측은 감사의 표시로 재닛 리씨의 대형 초상화를 걸어놓았다. 대학측은 로스쿨 도서관의 이름을 ‘재닛 리 리딩(Reading) 룸’이라고 이름지었다.

대학측은 또 재닛 리 장학재단도 만들어 매년 2명의 로스쿨 재학생에게 풀 스칼라쉽을 주주고 있다.

재닛 리는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 가운데 세계의 지도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이 내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을 기부하게 된 동기나 배경에 대해 그는 “미국 사회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출세를 해도 기부를 잘 하지 않으면 상류사회에 끼어주질 않는다”며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긍지와 기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현재 위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성공한 사업가”라고만 밝혔다.

기부대상으로 워싱턴대학을 선택한 것은 둘째 딸이 이 대학 로스쿨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딸은 사실 친딸이 아니다. 한국에서 결혼했다가 이혼한 전남편의 전처의 딸이었다. 그는 남편과 헤어지면서도 그의 전처 소생인 세 딸을 맡아 훌륭히 키웠다. 그는 지난해 3월에는 세 딸을 데리고 귀국, 생모를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30년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1등 시민’으로 정착한 그는 “한국인 2세들이 미국 사회에서 좀더 활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로스쿨에 유학중인 조형진씨(37)는 “도서관을 드나들 때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재닛 리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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