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 찬호가 꽃피운 이유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2분


박찬호의 플레이는 언제나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기분이 좋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1승은 실력이 아닌 운으로는 되지 않는다. 박찬호는 지난 월요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보다 성숙된 투구로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날 그가 보여준 수비와 주루 플레이는 왜 다저스가 그를 꼭 잡아 두려고 하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3회와 5회 두차례의 위기 때 자신에게 온 땅볼타구를 잡아 2루를 바라보면서 송구지점과 타이밍을 포착한 뒤 침착하게 유격수에게 던져 병살 처리한 것이나 7회 안타를 친 뒤 상대투수가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열심히 스타트 동작을 한 것이 그것이다.

그가 빠른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며 더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란 걸 다저스 구단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성공은 정통파 투수로서 쉽게 도루를 허용하지 않는 퀵 모션, 정상급의 강속구, 지독스러울 정도의 연습, 그리고 마이너리그 시절의 어려움을 통해 완벽한 기본기와 메이저리거의 소중함을 터득한 점 등에 기인한다.

올 봄 플로리다 캠프 때 “찬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야구에만 집중하니 구단에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술, 담배, 마약과는 거리가 먼 모범청년이 아닌가”라던 구단 관계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현 추세라면 그의 장기계약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 모른다.

허구연(야구해설가)koufax@netian.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