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강도에 지수 좌우될 듯

  • 입력 2000년 9월 5일 17시 58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에 대한 매도 공세를 다시 강화하면서 증시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졌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 압박에 시달리는 증시는 그동안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때 이를 받아주던 외국인마저 '팔자'대열에 합류해 바닥을 속단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에따라 증시는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주가에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다시 부각된 삼성전자 주가

외국인들은 5일 삼성전자,현대전자등 반도체주를 비롯한 대형주를 대거 매도했다.

전날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주춤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주가를 떨어뜨렸는데 이날은 반대로 프로그램 매매는 130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들이 1000억원이상 순매도하며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프로그램 매도가 일시적인 충격이라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증시의 고민.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를 매도하는 것은 전체적인 비중 축소 전략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언제쯤 매도 공세를 완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바닥 확인이 쉽지않은 형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주가 수준을 한단계 떨어뜨리고 시장 분위기 자체를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54만5000여주나 매도했다.이에따라 종합주가지수는 679.24로 전날보다 2.06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으나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9500원(-3.56%) 하락한 25만7500원으로 연중 최저점인 24만원선에 근접하고 있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지난주에는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삼성전자 매물이 대거 나왔는데 5일은 SBC워버그증권을 비롯해 JP모건,메릴린치등 여러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물이 쏟아졌다"며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의 매도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외국계 증권사들에서 소량씩 나오는 '잽'에 의해 시장이 쓰러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사는 내년 하반기까지 D램 반도체의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감을 하면서도 외국인들조차 주가가 빠지니까 뇌동매매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들은 일단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매수가를 크게 신경쓰지않고 팔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바닥을 아직 점칠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종합주가지수의 방향성은 다시 삼성전자에 의해 결정될 전망. 외국인들이 6일 증시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의 매도 공세를 늦추지않을 경우 이를 받아줄 국내 기관투자자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20만원대 초반, 종합주가지수도 650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다시 증가

5일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매수가 1478억원이나 나온 반면 프로그램 매도는 170억원에 그쳐 매수차익잔고를 다시 7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를 촉발시킨 선물지수의 강세는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끌었다. 투기적 거래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신규매수를 늘리며 선물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는 언제든 방향이 바뀔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매수를 추세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매수차익잔고가 쌓이는 것을 우려해야 할 상황.

어제 투자전략에서 밝혔지만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주초반에 소화되지 않고 오는14일 만기일까지 가져갈 경우 만기일에도 받아주는 세력이 없어 소화가 되지 못하면 그이후에까지 부담으로 남을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매동향이 불안하고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계속 쌓이고 있어 이제는 추석 이후의 장세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별종목 중심의 보수적 투자해야

코스닥의 경우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들면서도 거래소의 침체 영향으로 보합권에서 맴도는 모습이다. 그러나 코스닥의 경우 수급 안정 대책등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형 개별 종목들은 나름대로 힘을 받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증권 오연구원은 "코스닥의 경우 종목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실적등을 수반한 새로운 업종대표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강연구원은 8월이후 등록된 코스닥 등록기업중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들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하되 실적이 우량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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