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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3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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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평면 개발과 단지 내 이색 조경 설치 등으로 아파트 품질 고급화에 공을 쏟는 것은 물론 다양한 판매 마케팅과 서비스 변화에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더 이상 아파트가 아니다 는 파격적인 선전 문구까지 앞세우면서 차별화된 주택, 고급화된 주거공간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21세기 초입에 서 있는 우리 아파트의 변화상과 원인,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어디까지 바뀌고 있나▼
▽고정된 평면은 없다〓일반적으로 20평형대 아파트라면 방 2∼3에 화장실 1개, 복도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 그러나 요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20평형대 아파트에 화장실 2개는 보통이고 아파트 전체가 원룸으로 된 경우도 많아 20평형대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30평형 이상이면 가족 수 변화에 따라 방 갯수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를 채택하는 곳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아파트보다는 빌라에 가까운 평면 설계를 보여주는 곳도 생기고 있다. 서울시 8차 동시분양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우건설의 문정동 3차 대우아파트(150가구 모집)의 경우 앞 베란다에 꽃이나 화분 등을 키울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배치했다.
▽네모난 아파트는 싫다〓그동안은 지어진 아파트는 성냥갑을 세워둔 것처럼 네모 반듯한 건물이 빼곡이 들어선 형태가 대부분. 남향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성향과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건물총면적)을 최대한 높여 수익을 많이 남기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난방설비 기술이 발달하고 아파트 전망 및 사생활 보호 등이 중요한 주택 선택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모양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삼각형이나 둥그런 원형으로 지어지는 주택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1층에 집을 없애고 기둥만 둔 필로티를 만드는가 하면 옥상에 정원을 꾸민 아파트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시 5차 동시분양 때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LG건설의 이촌동 LG빌리지의 경우 최상층 가구에 40평에 가까운 옥상정원을 배정, 화제가 됐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를 벗기자〓겨울이면 눈이 수북이 쌓이고 여름이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아파트단지 내에 아스팔트를 까는 대신 녹지만으로 지상공간을 꾸민 아파트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분양하는 I-파크 .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면적)이 8%에 불과하고 녹지면적이 90%에 달해 지상공간에서 아스팔트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아닙니다〓'AA아파트' 'BB아파트'로 시공사 이름에 아파트를 붙이던 아파트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 이전 주택과 차별화된 고급 주택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이페리온' 'I 파크' '트럼프 월드' '쉐르빌' '래미안' 'LG빌리지' 등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 LG건설 홍보팀 김격수 과장은 개성화되고 고급화된 주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단순히 'OO아파트' 대신 독특한 브랜드를 짓는 노력이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원인과 전망▼
이같은 변화 바람의 출발은 주택 200만호가 마무리된 후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된 93년부터였다. 이후 민영아파트의 분양가 규제가 점차 완화하면서 고급화 다양화 바람은 거세졌고,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서고 주택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전환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업체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보다 한 수위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가 최근 우리 업체들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 정말 한국 업체가 설계하고 짓는 겁니까? 라며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
그러나 일부에선 "업체들이 품질 고급화보다는 수입품 대리석과 목재, 가구, 식기 등을 설치해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고 분양가 인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며 이같은 거품이 사라져야만 제대로 된 주거문화의 고급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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