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인터넷기업 페이지뷰 의 허와 실

  • 입력 2000년 8월 29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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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국내 인터넷 기업들을 평가할 때 매출, 페이지뷰, 회원수 등을 이야기한다. 국내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은 저마다 페이지뷰의 증가치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네티즌들 중 각 기업들이 발표하는 페이지뷰의 기준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안된다.

얼마전 다음과 라이코스코리아의 페이지뷰가 1억페이지뷰를 돌파했거나 곧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두 기업 모두 발표한 페이지뷰가 순전히 자사 발표라는 데 있다. 사실 국내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제각기 페이지뷰를 발표하고는 있지만 외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현재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외부 기관은 미국의 신문부수 발행협회(ABC)의 산하기관인 ABVS가 있다. 1998년부터 이 기관은 뉴미디어 및 온라인 매체를 대상으로 광고 효과 측정을 위한 페이지뷰 공인을 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많은 인터넷 기업중 ABVS의 공인을 받고 있는 인터넷 기업은 야후코리아 등 몇 안되는 기업이 이 기관의 공인을 받고 있다.

즉, 국내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발표하는 페이지뷰는 순전히 자사의 집계이며 따라서 그 기준도 제각각이라 공정한 잣대로의 평가가 불가능 하다.

페이지뷰는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채팅 페이지뷰, 게임페이지뷰 등 서비스 특성상 화면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서비스의 경우 각 기업들이 측정하는 기준에 따라 페이지뷰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도 부풀려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채팅 페이지뷰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에서 볼 수 있다. 페이지뷰는 기본적으로 화면의 변화가 생기면 페이지뷰가 증가하는 것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즉, 채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수없이 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것을 일일히 페이지뷰로 측정한다면 그 페이지뷰는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대형 포털사이트는 제각각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각 회사마다 채팅 페이지뷰를 집계하는 방법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가 게임페이지뷰의 측정 방법. 게임 서비스의 특성상 화면 변화가 수시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참 유행인 고스톱 게임의 경우 패가 하나 나갈 때마다 만약 페이지뷰로 측정한다면 페이지뷰는 엄청 많이 측정 될 수 있다.

또한 광고가 붙는 페이지뷰만을 페이지뷰로 측정하는가, 프로모션 페이지를 페이지뷰로 측정하는가 등등 여러 기준에 따라 각 서비스의 페이지뷰는 큰 차이를 둘 수 있다.

이에 라이코스코리아는 페이지뷰 총합을 늘리기 위해 자사가 지분투자한 회사의 페이지뷰까지 라이코스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통합 발표하는가 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자사의 홈페이지가 PC방 초기화면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의 페이지뷰까지 기록하도록 했다.

다음과 라이코스코리아는 지난 4월이후 줄곧 자사의 페이지뷰를 발표하면서 곧 공인기관인 ABVS의 공인을 받을 예정이며 그 공인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곧 밝힌다는 공인자료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9월쯤 그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곧 현재 양사가 발표하는 페이지뷰는 그 어느곳에도 공인을 받지 않은 페이지뷰라는 얘기를 뜻한다.

공인 받을 예정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홍보 효과를 위한 언론 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

▶실효성 없는 페이지뷰 논쟁은 더이상 의미 없어

그렇다면 왜 그렇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페이지뷰 부풀리기에 나서는 것일까? 그것은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페이지뷰가 많다는 이야기는 그 만큼 방문자가 많고 광고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ABVS는 왜 엄격한 기준을 통해 각 인터넷 업체의 페이지뷰를 공인해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에게 마치 어떠한 사이트에 광고를 실을 경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자료에 대한 객관성의 부여를 통해 광고주에게 각 사이트에 대한 신뢰를 제공해 주기 위한 것이다.

즉, 페이지뷰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개념인 것이다. 신문의 경우 발행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광고효과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인터넷 사이트는 아무리 페이지뷰가 많다 하더라도 만약 광고를 게재한 특정 서비스에 기록되는 페이지뷰가 광고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ABVS는 각 서비스마다 엄격한 기준으로 광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페이지뷰를 측정해주는 것이며 설사 이러한 기준에 부합되는 페이지뷰가 측정된다 하더라도 광고효과가 어느정도 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적으로 의미가 큰 페이지뷰와 의미가 적은 페이지뷰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페이지뷰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서비스에서 얼마만큼의 페이지뷰가 기록되며 그 기록되는 페이지뷰를 통해 광고주는 얼마나 높은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를 측정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서비스의 도움말과 같은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페이지뷰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리 페이지뷰가 많이 발생하더라도 광고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무시되는 페이지뷰다.

또한, 회원등록 페이지 및 로그인 페이지의 페이지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확고한 특정의 목적을 지닌 경우에도 이용자가 사이트에 떠 있는 광고를 인식하거나 광고를 클릭해 다른 사이트로 넘어 가는 경우가 지극히 적기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 적으로 이용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주로 게임, 채팅, 이메일,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 사이트의 경우, 그 페이지뷰는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 할 정도로 의미가 없다. 게임의 경우 지속적으로 화면이 변화하기 때문에 페이지뷰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제 새로운 이용자가 들어오거나 이용자가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 광고효과는 기록되는 페이지뷰보다 떨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게임에 몰입해 있는 동안 이용자가 광고등에 눈길을 돌리거나 게임도중 배너 광고 클릭을 통해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했을 때 광고효과가 거의 없는 페이지뷰라는 결론이 나온다.

앞서 말한 채팅서비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채팅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어떤 카테고리내의 어떤 방에 들어가서 어떤 상대방과 대화를 하느냐를 가장 크게 생각하며 특정 채팅방에 들어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대화 자체에 몰두하기 때문에 주변 광고를 보거나 그 광고를 클릭하는 경우가 지극히 작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서비스의 경우도 이를 수익과 연결시키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많은 페이지뷰를 올릴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광고 효과는 기록되는 페이지뷰 만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메일 역시, 광고 효과가 적기는 마찬가지이다. 특정 이메일 서비스의 가장 초기 화면의 경우는 다른 경우이겠지만 이용자가 일단 로그인해서 자신의 메일박스로 들어간 후에는 자신에게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에, 그리고 새로운 메시지를 작성하는 데 이용자가 집중하기 때문에 기록되는 페이지뷰는 많을 수 있지만 이에 비해 좋은 광고효과를 누리기가 어렵다.

초기 이메일 시장 같은 경우에서는 DM마케팅의 수단으로도 이메일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더 이상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모여 만들어 나가는 동호회 서비스의 경우도 이용자들이 주변의 광고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게재되어 있는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글을 올리는 등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기 때문에 집계되는 페이지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밖에 없다.

커뮤니티 모델을 특정 제품군 및 서비스의 타겟화를 해 타겟 마케팅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으나 이는 동호회의 수는 많지만 그 수에 비해 특정 제품을 어필할 수 있는 타겟팅이 가능한 집단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태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컴퓨터에 관심이 높은 이용자들이 만들어 나가는 컴퓨터 동호회의 경우 컴퓨터 관련 제품의 광고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도 있지만 이렇게 타게팅이 가능한 카테고라이징 방식을 벗어나 고등학교 동문회, 대학교 동문회, 또는 친목단체 등과 같은 동호회등에서는 각 동호회의 관심에 맞는 제품을 골라 어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래 특정 명확한 서비스 이용의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광고에 시선을 가져가지 못하는 동호회 사이트내에서 그 동호회원들의 공통된 관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서는 그 효과를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사집계의 페이지뷰를 발표하는 두 기업은 그 페이지뷰를 어떻게 매출로 연결시켰는가.

얼마전 다음은 지난 상반기 광고 매출을 약 70억원으로 발표했다. 70억원에는 대행사에 지불하는 상당부분의 수수료 (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약 40%)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실제 발생한 매출이 아닌 교환광고 매출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라이코스코리아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 라이코스코리아는 지난 상반기 매출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실제로 자체 기준에 의해 집계된 페이지뷰가 설사 많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페이지뷰를 실제 매출과 연결시키는데 실패하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에 알려진바에 의하면 라이코스코리아는 요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특정 컨텐츠를 운영하기 위해 월 1억여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그 컨텐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지불하는 금액의 1/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많은 돈을 들여 정작 페이지뷰를 늘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벌기업 닮아가는 벤처기업의 외형부풀리기 근절되어야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채팅, 게임, 이메일, 동호회 서비스 등은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자들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서비스 들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없다면 언제까지 그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그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은 서비스 이용자들을 극대로 만족시켜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자선 사업가들은 아니다.

기업은 매출을 발생해 이익을 발생시켜야 하고 그 발생되는 이익이 그 사이트들을 유지 강화시키는데 쓰여야 하며 결국 그 서비스 강화가 이용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광고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발표하는 페이지뷰만 가지고서는 각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페이지뷰가 그 서비스의 이용량이라고 본다면 그 이용량을 가지고 과연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서비스 유지 강화에 필요한 순익을 얼마만큼 올렸는가를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전 IMF라는 국가 총체적 경제 위기를 겪은바 있다. IMF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 재벌들이 빚더미 경영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덩치만 커지면 그 누구도 기업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들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요즘 매출을 비롯하여 페이지뷰, 회원수 등의 외형 부풀리기의 여념이 없는 국내 벤쳐기업들이 예전 재벌기업들을 닮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무분별한 외형 부풀리기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

국내를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들답게 이제 페이지뷰이든, 회원수든, 매출이든 공정한 잣대로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네티즌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검증받지도 못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언제쯤 검증 받을 예정이라는 식의 주장을 통해 검증받지 못한 결과에 신뢰도를 얹으려는 구태의연한 발표는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수치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 수치는 어떻게 매출로 연계 될 수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화하여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설명 역시도 같이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외형 부풀리기는 결국 한국 인터넷 산업의 퇴보를 불러일으키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일섭<동아닷컴 기자>sis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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