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자 !]일본 3경 미야지마(宮島)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56분


일본 관광이라면 대개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지역, 오사카를 중심으로 나라, 교토의 간사이지역, 미야지마 나가사키의 규슈, 삿포로, 노보리베츠의 홋카이도 등을 꼽는다. 그런 점에서 주고쿠(中國)에 위치한 히로시마(廣島) 그다지 잘 알려진 관광코스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껏해야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라는 사전정도가 알려져 있고, 관광코스라고 해도 '원폭 돔'이나 일본의 전통정원 슈케이엔, 히로시마성 정도가 그나마 좀 알려져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는 지나치게 복작거리는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권할만한 곳이다. 아직도 고풍스럽게 전철이 도심을 달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7개의 강을 중심으로 꾸며진 도시는 오밀조밀한 다른 일본의 도시와는 달리 아담하면서도 쾌적하다. 특히 교통의 요지여서 오사카는 물론이고 신칸센으로 한시간만 달리면 일본 전통 시가가 그대로 보존된 구라시키의 미관지구도 볼 수 있고, 반대로 규슈 방면으로 가면 후쿠오카나 나가사키도 신칸센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

물론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구라시키나 나가사키가 아닌 미야지마(宮島)다. 미야지마는 서열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텐노하시립(天ノ橋立), 마츠시마(松島)와 함께 '일본 3경'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의 한려수도라 할 수 잇는 세토나이카해에 위치한 섬 미야지마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수상신사(水上神社)인 이츠쿠시마 신사로 유명한 곳이다. 히로시마나 후쿠오카, 오카야마 등에 들렸을 때 꼭 한 번 들릴 곳을 권하는 미야지마 길을 안내한다.

◀미야지마행 전차

◇미야지마는 전차가 최고.

히로시마에서 미야지마로 가는 방법은 히로시마역에서 JR을 타고 가는 것과, 우지마항에서 연락선을 타는 것, 그리고 전차를 이용하는 방법 3가지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단연 전차이용. 히로시마역이나 아니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전차역에서 타면 되는데 미야지마행 전차를 타는 방법은 물론 앞면에 미야지마라고 영어와 한자(宮島)라고 적힌 것을 골라타면 된다. 대개 시내에서 미야지카까지는 전차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웬지 옛스러운 전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면서 가는 기분이 제법 좋다.

◇전차에 이은 카 페리, 일본판 석모도(?)

1시간 정도 전차를 타면 '히로덴미야지마에키(廣電宮島驛)'이라 쓰인 종점에 도착한다. 여기서 미야지마로 가는 카페리를 타야 하는데 역 바로 앞에 미야지마행이라 쓰인 큰 간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카페리 표를 파는 자판기를 만날 수 있다. 부두에는 마치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가는 배를 연상시키는 카페리가 있는데 소요시간은 약 10분 정도이고 요금은 왕복 340엔.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왕복표를 끈는다. 표를 끈고 배를 타면 바로 코 앞에 있는 섬으로 향하는데 그 곳이 바로 미야지마이다.

▶미야지마행 배표를 파는 매표소

◇미야지마 섬

약 10분 정도 파도를 가르고 달리면 미야지마섬이 코 앞에 나타난다. 크기는 여의도의 약 3배 정도. 하지만 필수적인 구경거리만 보고 다니면 2시간 정도 안에 관광을 할 수 있다.

섬에서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 것은 사슴들. 나라처럼 거리에 사슴을 방목해서 키우고 있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사슴의 버릇을 잘못 들여서 먹을 것만 보면 무조건 달려든다는 것. 과자나 아이스크림, 청량음료의 냄새를 기막히게 잘맡고 달려드는데, 큰 뿔이 있는 수컷은 위험할수도 있으니까 주의. 미야지마의 필수 관광코스인 이츠쿠시마 신사로 가는 길에는 사슴 외에 밥주걱을 파는 기념품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도 시대 스님이 고안했다는 이 주걱은 음식에 나무향이 스며들지 않고 열에 강한 것이 특징. 행운의 상징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밖에 단풍잎 모양을 한 모미지만쥬, 구워파는 석화 등이 이곳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미야지마에서는 나라공원 못지않게 거리에서 쉽게 사슴과 만날수 있다

◇미야지마의 상징이자 일본 3경의 심볼 이츠쿠시마 신사

이츠쿠시마 신사는 미야지마를 일본 3경으로 꼽히게 한 곳이다. 특이하게 해안에 위치한 붉은 칠의 이츠쿠시마 신사는 긴 회랑 형식으로 된 형태가 좀 특이하다 뿐이지, 다른 신사보다 유별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필수관광코스가 된 것은 순전히 바다에 있는 오도리 때문. 절의 산문처럼 신사의 입구를 상징하는 오도리가 이츠쿠시마 신사는 바다에 있다. 높이가 15m가 넘는 이 대형 오도리는 썰물때는 바다에 박혀있는 뿌리까지 드러나지만, 만조때는 물속에 잠겨 석양빛을 받으며 확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때는 신사의 툇마루 언저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오도리와 신사가 바다에 떠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여름날 밤에는 이 신사를 배경으로 불꽃놀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헤이안 시대의 전통 제례무용인 분가쿠도 만조 때의 오도리를 배경으로 길게 뻗어나온 회랑(하나미치)에서 벌어진다. 이 모습들이 기막히다 해서 일본 3경의 하나로 꼽혔다. 신사관람요금 300엔.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낸 오도리

◇신사 구경 이후에는 바로 모미지다니 공원으로 가자.

유명한 이츠쿠시마신사와 오도리를 보고 난 후 어디를 갈 껏인가 고민하게 된다. 대게 미야지마만을 관광하기 온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왔다가 들리는 코스이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추천하는 것이 모미지다니(紅葉谷) 공원이다. 물론 역사민속자료관이나 수족관, 기타 신사와 절들이 있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다른 일본의 관광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때는 바로 모미지다니 공원으로 간다. 가을철의 단푸이 장관이기 때문에 이름이 지어진 모미지 다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시림 속에 있다. 그곳의 관광포인트는 로프웨이로 보는 모미지다니의 장관. 원시림이 울창한 깊은 계곡과 그 너머로 보이는 세토나이카해의 푸른 바다 경치가 멋지다. 여름의 신록도 좋지만, 가을철 계곡에 단풍이 우거질 때는 이만저만한 장관이 아니라고. 그런데 문제는 로프웨이역으로 가는 길이 제법 만만치않은 언덕길이라는 점. 하지만 느긋하게 미야지마의 한적한 주택가와 숲속을 거닐면서 가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는 새 로프웨이 역에 도착한다.

◀로프웨이역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미야지마의 주택가

◇박력넘친 계곡의 정경, 가슴 시원한 전망대앞의 바다.

로프웨이 역에 도착하면 아담한, 꼭 남산 케이블카를 연상시키는 곤돌라가 나타난다. 정원 8명이라지만 4명이 탈 때 가장 쾌적하다. 요금은 왕복이 1500엔으로 제법 비싼편. 하지만 이것을 안타면 약 1시간 가까이 등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표를 끊는게 났다. 로프웨이가 운행되면 바로 발밑으로 깊은 계곡과 그 곳을 가득 메운 울창한 원시림,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눈에 띤다. 경치에 취해있다 보면 1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 중간 기착지가 나온다. 여기서 30인승 대형 로프웨이를 타고 위로 한번 더 올라가면 미센산 위에 만든 전망대가 나온다. 일본의 한려수도 세토나이카해의 유려한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사진 촬영에도 최고의 명소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주위에 원숭이를 방목하는데 절대 먹이를 주면 안된다는 것. 사람들이 먹이를 주면 원숭이의 야생성이 떨어져 생존에 지장이 많고, 단 과자로 인해 성인병과 충치 등 부작용도 많다고.

◀미센산의 전망대에서 본 미야지마 주변의 수려한 경치

◇이제는 다시 히로시마로.

미센산의 전망대를 본 후 밑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탄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순식간에 이스쿠시마 신사 뒤에 도착한다. 여기서 올때와는 반대로 카페리를 타고 가서 전차를 탄다. 이렇게 하면 히로시마에서 출발해 관광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데 이동시간 포함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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