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Diary]뉴욕의 자전거 도둑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9분


벌레에 물렸는지 허벅지 안쪽이 부어오르더니 통증이 심해져 결국에는 병원에 갈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이 있는 시내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웃들도 ‘자전거광’이라고 부를 만큼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

센트럴파크 근처에 있는 표지판 기둥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단단히 채워놓고, 병원에서 부어오른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붕대를 감고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런데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나는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맨도 부술 수 없을 만큼 튼튼한 자물쇠를 뜯어내고 누군가 자전거를 가져갔던 것. 내 걱정까지도 덜어주는 도시, 뉴욕은 정말 대단한 도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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