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심대평/삶의 질 높여줄 안면도 꽃박람회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9분


헤르만 헤세는 흙을 만지며 꽃을 가꾸는 일은 사람의 영혼을 정화시켜 주니 낮에 꽃을 가꾸고 밤에 글을 쓰는 일은 삶의 최대 기쁨이라고 했다.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심성을 기르고 생활의 여유를 찾는 것은 동서양이 서로 다르지 않아 우리 선조들도 꽃과 더불어 자신의 품위를 높이고 인생의 낙을 찾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주던 꽃은 이제 단순한 자연의 미를 넘어 꽃과 관련한 산업 자체가 21세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화훼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자연 친화적인 무공해 산업이어서 네덜란드같은 화훼 선진국은 물론이고 콜롬비아 태국 등도 이에 적극 뛰어들어 화훼산업국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술이나 과일 등을 선물하지만 유럽에서는 꽃이 가장 귀한 선물로 이용되고 있어 네덜란드의 경우 가정용 꽃소비가 국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화훼시장은 총 소비량 중 경조사 행사용이 60%나 되고 가정용 소비는 10%에 불과하다.

충남도가 2002년 개최하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메마르고 각박한 국민 정서에 부드럽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를 불어넣고 꽃처럼 아름다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이제 생활 수준도 다원화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적 진화의 궤도로 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1964년 올림픽 개최로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이 1990년 오사카 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우리가 2002년 안면도에서 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풍요를 향한 문화적 진화의 양태이다.

첨단산업의 핵은 반도체라고 하지만 고품격 문화의 핵은 꽃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의 담장 등 생활 주변에 좋아하는 꽃을 가꾸고 꽃을 이웃에게 선물하면서 평소 얼굴을 대하기 어려운 이웃과 대화를 나눠 본다면 문화의 향기 그윽한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세계의 꽃들이 어우러질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서 흐뭇한 꽃과 문화의 향취를 만끽하면서 우리의 성숙한 꽃사랑 문화를 세계에 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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