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스템트레이딩, 주식매매 '수읽기' 판단은 컴퓨터가…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41분


‘주식도 컴퓨터 신호에 따라 매매한다’

종합주가지수 선물거래에 주로 사용되던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이 주식으로 옮겨왔다. 주식 트레이딩은 철저히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판다’는 원칙하에 각종 기술적 지표를 사용해 매수매도신호에 따라 매매하는 기법.

기존 증권사 이외에 인터넷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팍스넷은 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개발한 시스템 트레이딩기법(팍스매매신호)를 23일 발표하며 제도권에 도전장을 냈다.

▽교보증권 오토스탁(Auto Stock)〓오토스탁은 투자자가 일정한 매매조건을 입력하면 실제주가가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자동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시스템.

예컨대 투자자가 투자금액과 종목을 정하고 기준가에서 3% 하락하면 매수하고 8% 상승하면 매도한다는 조건을 입력하면 그대로 실행된다.

이 시스템은 지금처럼 주가가 박스권을 형성할 때 유용하다. 등락이 거듭되면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세상승기에는 이익실현 매도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종합지수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세하락기에는 추가매수가 이뤄져 손실폭이 커진다. 또 하나의 단점은 손실폭을 줄이기 위한 손절매(Stop―Loss) 기능이 없다는 것. 즉 주식을 사면 올랐을때만 팔기 때문에 하락할 때는 계속 보유하게 돼 손해를 보게 된다.

교보증권이 데이트레이더를 위해 만든 앵커스팟은 40여개 기술적지표중 자신에게 알맞은 지표를 정해 매수매도조건을 설정하는 것. 손절매기능이 붙어있다.

▽팍스넷의 야심작〓종합주가지수 및 코스닥지수를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에 대한 매매신호를 보내준다. 작년 12월부터 8월초까지 거래소 350개 코스닥 150개 등 500개종목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누적수익률은 43%로 나타났다. 이 기간중 지수하락률 21%를 감안하면 64%가 된다. 매매승률은 약 40%으로 10번거래에 4번은 수익을 내지만 6번은 손해를 본다. 그러나 수익률은 평균 20%, 손해율은 5%로 이익은 크게 내고 손실은 짧게 끊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팍스넷 박창기 사장은 “시가총액비중이 크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안전하게 위험관리를 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최대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팍스넷은 이달말까지 홈페이지(www.paxnet.co.kr)를 통해 신청한 회원에게 9월중 무료이용권을 주고 10월부터 유료화한다는 계획. 성공을 확신해 월이용료를 무려 99만원으로 정했다.

▽제일투신증권 예스트레이더〓1일부터 일반인에게 선보인 시스템으로 개인이 직접 매매기법을 개발하는게 특징이다. 즉 증권사에서 다양한 기술적매매지표(Tool Box)를 제공하면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지표를 골라내 시스템을 구성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만든 시스템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신뢰도를 높인다는 것.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관련 CD와 매뉴얼을 받을 수 있다.

▽시스템트레이딩 유의점

시스템 트레이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원칙에 따라 매매하느냐를 결정짓는 로직(Logic) 개발이다. 이 작업은 과거 데이터를 적용해 가상매매실적을 체크하는 것(백 테스트.Back Test).

그러나 백테스트에서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은 아니다. 로직개발은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운용은 현재 시장움직임을 따라 이뤄져시간상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백테스트에서 수익률이 높게 나오도록 로직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증권전문가들은 “실제 운용수익률은 백테스트 수익률의 절반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백테스트 결과를 맹신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물론 시스템 운용과정에서 현재 데이터로 로직을 계속 테스트하며 수정하는 작업은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또 시스템 트레이딩의 로직이 결정되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매도중 개인의 과거경험에서 나온 직감을 믿고 시스템 신호를 따르지 않으면 시스템 트레이딩은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한두번은 시스템 신호가 틀리고 직감이 맞을 수 있지만 사람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위험하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시장을 앞서가지 못하고 뒤따라간다는 점이 큰 맹점”이라며 “투자원금의 30% 정도만 시스템 트레이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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