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뚝심의 개미들 '나의 길을 가련다'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56분


21일 국내 증시에선 하락장에서도 상한가 종목이 속출했다. 거래소시장에선 66개, 코스닥시장에선 71개로 관리종목, 워크아웃 조기 종결 가능성이 높은 기업, 우선주 등 상한가 종목의 대부분이 저가주 또는 중소형주 일색이었다. 한마디로 개인들의 매수세가 밀어붙인 상한가라는 분석.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들이 연일 주식을 파는데 급급하고, 외국인들은 반도체 주식만 편식하는데’ 실망한 나머지 이들의 손때가 덜 탄 중소형주를 타깃으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가는 느낌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말한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거래소시장에서 53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4180억원가량 순매수하는 등 ‘코스닥시장 선호 현상’은 여전했다.

▽주말은 현금으로 보낸다〓개인 중심의 중소형장세에선 단기매매(데이 트레이딩 포함)가 성행하는 가운데 금요일 주가가 떨어지는 ‘금요일 효과’가 자주 나타난다. 최근엔 경기둔화논쟁 물가불안 국제유가 급등 등 장세를 압박하는 불안 요인이 하나 둘씩 보태지면서 ‘금요일 효과’가 일관된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SK증권 박용선투자정보팀장은 “주중엔 목표 수익률을 낮춰가며 초단기 매매로 일관하다가 금요일엔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수익실현 전략)이 보편화돼 가고 있다”며 “주식을 보유한 채 주말을 보내기엔 불안 요인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망’이 대체적인 분위기〓개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순매도하더라도 증시를 이탈하는(다른 금융권으로 자금을 옮기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시 입출금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이달중 2조5000억원가량 증가한 점에 비춰 보면 증시가 좋아질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은행 상품 수신금리마저 속락하는 등 주식을 대체할 만한 투자상품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관이나 외국인이 분위기를 띄우는 ‘불쏘시개’역할을 할 경우 개인들은 엄청난 순매수 공세로 화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장세 견인은 힘들 듯〓SK증권은 연초 이후 종합주가지수와 개인의 매매 양상이 약 2주간의 시차를 두고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풍부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추종 매매’가 아닌 나름대로의 투자관을 갖는 투자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매수세가 분산된 개인들이 지수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라며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시점이 되면 개인 중심의 중소형주 장세도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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