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칼럼]대표선수는 협회의 왕인가, 봉인가

  • 입력 2000년 8월 20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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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시와 레이솔)가 돌아온다.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축구 대표팀의 기둥인 그가 합류하는 건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러나 과연 그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 좋아만하고 있어야 할까?

홍명보는 가시와에서 주장까지 맡고있는 성공한 선수다. J리그 올스타투표때도 팬투표에 의해 당당히 베스트11에 뽑힐 만큼 비단 팀내에서뿐 아니라 일본축구계에서 그의 위상은 확고하다.

그러나 그는 일본축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것이 자신을 뽑아준 팬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지만 대표팀 합류를 위해 조기귀국하기 때문이다.

7월말 한중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가시와 구단에 홍명보의 대표팀 합류를 요청했다. 구단은 당연히 그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고 협회는 양보하면서 올림픽대표 소집때 조기합류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결국 이런 사정으로 홍명보는 J리그 올스타전 출전을 포기했다. 대회도 아니고 훈련때문에,그것도 비행기로 2시간이면 오가는 일본땅에서 치르는 올스타전에 출전하는게 그리 힘든 일인가.

나라를 위해 그정도 희생은 대수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홍명보는 프로다. 프로선수는 무엇보다 소속팀과 리그, 팬에게 충실해야 하고 그에게 그 대상은 J리그다.

문제는 국내에서 활약중인 프로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즌이 한창인데 일방적인 통보로 팀의 기둥선수들을 빼가는 협회의 태도를 단순히 나라의 부름으로 이해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대표급 선수들은 소속팀에서는 그야말로 주축이다. 때문에 대부분 구단은 소속 선수들이 대표에 선발되면 좋아하면서도 대표 차출에 따른 전력누수를 우려한다. 심지어 허정무감독 자신도 전남 감독시절에는 소속선수들의 대표팀 조기합류를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국가의 명예는 중요하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국내 리그를 활성화하고 우수한 선수들이 선진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이 절실하다.

선수들은 협회에서 부르면, 국가에서 호출하면 언제든지 달려와야 하는 존재인가? 쉽게 풀리지 않는 협회와 구단,선수간의 숙제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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