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기아 중형新車 '옵티마' 시승기

  • 입력 2000년 8월 16일 11시 32분


기아자동차에서 새로 선보인 중형차 옵티마는 남성적이다. 오죽하면 광고 헤드라인까지 '나만의 제국'일까. '자, 옵티마를 타고 황제가 되어보십시오'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승차로 나온 차는 흑진주색 옵티마 2.5 V6. 근육이 불뚝불뚝 튀어나온 게 한 마리 검은 색 준마를 보는 것 같다.

왠지 낯이 익었다. 직선을 강조한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눈을 부릅뜬 듯한 헤드램프가 캐딜락과 닮았다. 역시 직선을 강조한 리어 램프가 인상적인 뒷모습은 파란 색 엠블렘과 어울려 BMW를 연상케 한다.

운전석에 앉으니 비교적 넓은 실내와 각종 첨단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트는 편안하고 안락하다.

시동을 걸고 시내로 나섰다. 가속페달에서 기분좋은 중량감이 느껴진다. '잘 달리겠구나'하는 기대가 몰려온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채로 후암동에서 이태원 지하차도로 향하는 해방촌 고갯길로 들어섰다. 가파른 경사길이지만 전혀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다. 2500㏄ 엔진을 얹었으니 어련하겠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포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경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속도를 서서히 높였다. 느린 속도에서 가벼운 느낌이 들던 핸들이 묵직해진다. 시속 100㎞를 넘는 것은 잠깐이다. 핸들 흔들림도 거의 없고 소음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순식간에 폭우로 변했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와이퍼가 춤을 추듯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의 양을 감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우적감지 시스템 덕분이다.

옵티마는 형뻘인 EF쏘나타의 플랫폼(차대)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기아쪽 말로는 나오자마자 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직접 타보니 과연 그럴만 하다 싶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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