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한상영관' 필요하다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얼마 전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거론한 지상파TV의 선정성 폭력성 문제는 비단 TV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 만화 뮤직비디오 등 다른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영화 분야의 경우 얼마 전 ‘거짓말’ 파문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더 확산되는 느낌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외설로 지적한 ‘거짓말’이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았으니까 어느 정도 ‘화끈한’ 성 표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번 검찰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외설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에게 맡긴다는 뜻이지, 외설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닐 것이다.

검찰 결정을 계기로 이익을 챙기려는 장삿속도 밉긴 하지만 이 같은 혼란의 배경에는 현행 영화 등급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마침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류됐던 ‘등급 외 영화관’을 ‘제한상영관’으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제한상영관’ 도입이 현행 등급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한 성 표현 등을 이유로 등급 외로 밀려난 영화의 경우 현행법상 등급 외 영화관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상영이 불가능하다. 등급제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등급 외로 분류된 영화에 대해서도 상영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런 채널이 원천 봉쇄되어 있는 탓에 ‘거짓말’ 파문처럼 등급 외로 밀려난 영화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논쟁이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외설에 대한 판단과 기준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등급제는 등급제이지만 완전한 등급제가 아닌 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등급 외 영화를 따로 상영하는 제한상영관은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도 보장해 주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도 보다 소신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난해 국회 심의 때에도 지적됐듯이 제한상영관이 돈에 눈이 어두워 청소년을 입장시킬 우려도 있다. 이는 제한상영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이며 강력한 처벌과 감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외설물에 대해서도 당국이 단호한 의지로 근절에 나섬으로써 사회적 폐해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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