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김해농고 인문계 전환 '집안싸움'

  • 입력 2000년 8월 11일 00시 22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모교를 더 이상 농업고로 둘 수는 없다.”

“인문고로의 전환은 농업의 가치를 모르는 단견이다.”

경남 김해농업고교 총동창회(회장 허홍준·許弘埈)가 73년 전통의 모교를 인문고로 전환하기 위한 서명작업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교사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학교 총동창회는 지난달 초 이사회 결의에 따라 1만5000여명의 동문을 대상으로 인문고 전환 건의를 위한 서명작업에 들어가 현재까지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말까지 서명을 받아 도교육청에 인문계 전환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낼 방침이다.

총동창회측은 “농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농업계 고교 진학생이 크게 줄어 올해는 정원 미달사태를 빚는 등 오래지 않아 폐교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며 “내년부터 인문계로 전환해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시도 지역 기관단체를 상대로 서명을 받는 등 총동창회를 지지하는 쪽이다.

반면 이 학교 교사들을 주축으로 최근 결성된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대표 김재환·金再煥)’ 등은 “농업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남지역에서 유일한 순수 농업고인 김해농고를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사들은 정부가 김해농고의 발전을 위해 23억원을 투자해 올해부터 3개년 계획으로 첨단실습 시설을 설치하고 있어 인문고로 전환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농민단체 등과 연대해 총동창회의 인문고 전환추진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경남지역에는 11개 농업 관련 고교가 있으나 ‘농고’ 명칭을 쓰는 곳은 김해농고 뿐이며 학교 규모도 이 곳이 가장 크다.

<김해〓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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