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역시 주가는 'CEO가 하기나름'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54분


“행장이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간다는데 맞느냐?”

주택은행 IR(투자자 홍보) 담당자들은 7일 오전 개각발표 직전까지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증권사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렸다. 영국계 한 증권사는 본점 쪽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 IR 담당자는 “외국 증권사 10여곳에서 공식적으로 질의를 했다”고 말했다.

문의가 절정을 이룬 4일 주택은행 주가는 2100원 떨어졌다. 김행장이 금감위로 간다는 소문을 곧이 곧대로 믿은 외국인들이 이 은행 주식 60만700주(144억여원)를 순매도한 것이 결정타였다. 외국인들은 김행장이 떠나면 주택은행의 가치에 적잖은 변화가 생긴다고 우려했던 것.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택은행측은 “행장은 임기인 내년 8월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고 누차 얘기했다”고 긴급진화에 나섰다.

김정태(金正泰) 행장 본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똑같은 질문을 했다.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많이 왔다. 절대 부인했다. ‘사람마다 할 일이 있다. 내가 하고 싶으면 벌써 손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주택은행을 ‘월드클래스’로 키우는데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이 먹혀든 탓일까. 7일 외국인 순매도는 25만8000여주로 크게 줄어들었다. 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인 8일에는 주가가 소폭 오르기도 했다. 한 증시 관계자는 “이번 에피소드는 외국인들이 기업의 값어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의 경영능력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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