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철규/現代 살길은 지배구조 개선뿐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53분


개각으로 새 경제각료들이 임명되었다. 그러나 현대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현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신속하고도 올바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현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방향과 방법, 그리고 속도가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

▼경쟁력있는 기업에만 투자를▼

현대가 가야 할 방향은 비교적 확실하다. 재벌가의 전근대적인 소유 지배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경제가 과거의 산업시대와는 달리 인터넷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시대에는 총수와 가족이 소유하고 계열기업간 직간접적인 상호 출자를 통해 수많은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변화하고 있는 신경제에서는 그런 둔한 몸집과 비전문적인 경영형태로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공급할 수가 없다. 또한 인터넷을 사용하는 최신 기업들에 비하여 거래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도 없다.

현대가 당면하고 있는 이른바 유동성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계열기업 중에 이미 그런 비효율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현대는 전근대적인 총수 중심의 선단식 경영방법에서 탈피해 일단 독립경영으로 해체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정리될 기업은 정리되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는 더 투자돼야 할 것이다. 또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기업들과 고객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조직으로 재편되거나 그러한 조직의 일원으로 편입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대가 살길이고 다른 재벌들이 갈 길이다.

현대가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 방향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자세가 아닌 것으로 비치고 있다. 과거의 영화로웠던 시대를 꿈꾸며 경기가 호전되거나 시장이 잊어버리기를 기다려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형제간에 구 패러다임의 종주권 확보를 위한 대결에서 시장이나 정부의 압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현대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게 될 수 있는 멸망의 길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현대는 변화의 방향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소유지배구조로 변화할 것을 정한 연후에 어떤 속도로 이를 달성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계열분리를 조속히 진행한 뒤 건전기업과 부실기업을 판단하고 정리할 기업과 투자할 기업을 구분하며 기업별로 현대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여 시장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우선 정부는 현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디까지 간섭할 것인가를 시장에 공표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시장원리를 초월하는 정부의 간섭에 대해서는 시장에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97년의 위기와 오늘의 현대사태를 맞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관치(官治)라는 점을 시장은 잘 알고 있다.

▼개선방안 시장동의 얻어야▼

그동안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부득이한 개입을 국민은 인정한 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에 대한 공적자금의 거침없는 살포와 이를 배경으로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계속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금융의 건전성 감독이라는 하나의 수단만이라도 일관성 있게 지켰다면 부실기업 정리의 기틀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대신 기업을 관리하는 쪽에 비중을 두어왔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80년대 초반으로 후퇴했다고 우려하는 인사들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현대 문제를 처리할 때 시장원리를 지킨다는 원칙과 부득이 간섭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왜,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의 천명없이 그때 그때 사안별로 다시 관리하기 시작하면 관치는 과거보다 더 강화될 수 있고 그것은 새로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강철규(서울시립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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