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고어 러닝메이트 리버맨 지명 배경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5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조지프 리버맨 코네티컷주 상원의원(58)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은 이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각각 확정된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딕 체니 전국방부장관’과 ‘앨 고어 부통령 ―리버맨 의원’간의 대결 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고어 부통령은 8일 오후 1시(한국시간 9일 오전 2시)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리버맨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공식 발표했다. 앞서 고어 부통령은 7일 리버맨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부통령 후보를 맡아줄 것을 제의했고 리버맨 의원은 이를 수락했다.

리버맨 의원은 “깊이 신뢰하고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 고어 부통령으로부터 러닝메이트 제의를 받은 것은 영광”이라며 “이번 대선의 올바른 선택은 고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4일부터 17일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할 예정.

고어 부통령이 정치권의 ‘도덕 십자군’으로 불리는 유대계의 리버맨 의원을 선택한 것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등으로 얼룩진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소수계를 중용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 CNN방송의 토크쇼 사회자인 래리 킹은 “리버맨 의원의 발탁은 다이너마이트처럼 지각을 뒤흔드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리버맨 의원의 정치적 능력보다는 그가 유대계로는 최초로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가 됐다는 것을 강조한 것.

사실 미국 사회에서는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다. 따라서 리버맨 의원을 선택한 것은 고어 부통령에게는 모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고어 부통령이 부시 주지사에게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반격의 전기(轉機)를 잡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특단의 이벤트가 필요했다. 리버맨 카드는 이런 상황에서 고어 부통령이 꺼낸 ‘회심의 뒤집기 카드’인 셈.

민주당은 40년 전 로스앤젤레스 전당대회에서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가톨릭으로선 최초로 대통령 후보로 선출돼 관심을 촉발한 뒤 여세를 몰아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유대인 부통령 후보라는 ‘마이너리티’ 카드를 통해 ‘메인 스트림(주류 유권자들)’ 공략에 성공하기를 고어 진영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의 결단에 대해 일단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세계의 유대인들은 반기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최초로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을 준열히 질타했을 만큼 도덕성을 강조하는 리버맨 의원의 합류는 민주당 정권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려는 공화당의 예봉을 피하는 묘안이라는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리버맨 의원이 맞상대인 공화당의 체니 전장관보다 훨씬 화력이 강한 러닝메이트라고 말한다.

이에 공화당은 그동안 의회 표결에서 소신에 따라 초당적인 처신을 해온 리버맨 의원의 정치력과 인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의 성향은 고어보다는 부시에 가깝다”며 ‘김빼기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제 관심은 과연 고어 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 부시 주지사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냐에 있다.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일단은 곧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한 고어의 추격전이 볼 만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11월 대선의 한판 승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는 결국 대선주자인 부시와 고어의 개인적인 역량과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더라도 유권자들은 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보고 투표해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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