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너희는 뛰면서만 힘들지, 난 앉아서도 힘들다'

  • 입력 2000년 8월 7일 09시 44분


벤치에 앉은 양감독의 관상만 봐도 지금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금새 알 수 있다.

2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안양 LG전은 양팀에게 2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승점 25로 3위에 오른 전북으로서는 5점차로 바짝 뒤쫓아오는 4위 부천을 떨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하는 형편이고, 10연승으로 승승장구중인 안양 역시 기록경신은 물론,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하루빨리 결정짓기 위해 꼭 1승을 추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기전 최만희 전북감독은 “이 경기가 중요하다. 어차피 3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만날 것을 감안하면 먼저 1승을 챙겨두어야 한다”고 했고, 조광래 감독 역시 “이 한 경기만 이겼으면 좋겠다”며 승부욕을 과시했다.

그리고 경기시작 휘슬이 울렸다.

얼마동안 약간 초조한 빛으로 애써 태연히 벤치를 지키던 양감독은 전반 3분 전북 박성배의 헤딩슛이 안양의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오자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후반종료시까지 5골을 주고받는 동안 한순간도 벤치에 앉지 못하고 안절부절.

그라운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에서 자신의 팀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으면 그 때문에 앉을 수 없었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는 속이 타 벤치가 가시방석이었다.

똑같이 단정하게 차려입은 양복이 모두 땀으로 흥건이 젖을 무렵, 경기종료 휘슬이 울렸고 결과는 3대2 전북의 승리.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승장은 승장대로 패장은 패장 나름대로 다음 경기가 머리속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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