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제수석 고사 정운찬교수

  • 입력 2000년 8월 4일 01시 02분


서로 장관이 되겠다며 입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수석 제의를 받고도 응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鄭雲燦·52)교수.

정교수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측근이 경제수석 의사를 타진해 왔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제의에 응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교수는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금융 이외의 분야는 아는 것이 많지 않고 행정경험도 없는 제가 어떻게 경제 수석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학자로서 강의와 연구에 열중하겠다”는 게 그가 말하는 고사(固辭)의 변.

그는 “경제수석이란 ‘경제에 대한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이므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더 나은 인물이 맡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 사령탑인 부총리 후보를 꼽아보라는 요구에 대해 “김종인(金鍾仁)전보사부장관”을 거론했다.

“현대문제와 금융구조조정 등 당면한 경제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방향성을 잘 잡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감당하기에는 김전장관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정교수는 1998년 한국은행 총재직도 거절한 바 있다.

조순(趙淳)전부총리의 수제자인 정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한 후 197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근무해왔다.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올 3월부터 재정경제부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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