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FRB, 금리정책놓고 고민에 빠져

  • 입력 2000년 8월 2일 15시 45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정책을 놓고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최근들어 발표되고 있는 각종 주요 경기지표들이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낮추는 등 엇갈리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FRB가 가장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 소비동향도 분기별과 월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FRB는 연방기금(FF) 금리를 올릴 수도, 올리지 않을 수도 없이 애매모호하게 됐다.

▼금리유지 요인▼

1일 발표된 7월 중 미국 제조업체구매관리지수(NAPM)는 51.8로 6월과 변동이 없이 99년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작년 9월 57.3을 정점으로 하강세가 지속돼 미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6월 건설비지출 역시 1.7% 감소, 6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발표된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4분기(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소비자들의 소비붐이 사그라지며 인플레 압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리인상 요인▼

1일 발표된 6월 중 개인소비는 0.5%가 증가, 소득증가율 0.4%를 앞질러 여전히 미경기가 과열상태임을 나타냈다.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과 정반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지난 3, 4월 사이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사이에 소비를 줄이던 소비자들이 6월 중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다시 소비에 나섰다는 것을 상징하는 대목이어서 FRB의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3.5∼4%)를 크게 뛰어넘은 5.2%를 기록했다. 이는 1/4분기의 4.8%보다 더 높은 것. 이 데이터만 보면 FRB의 금리인상 조치는 거의 확실시된다.

이밖에 기업들의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설비투자와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도 FRB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물가상승 등 인플레 고조를 초래하는 반면 재고급증은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

이같이 서로 엇갈리는 경제 데이터들은 FRB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폭을 좁히며 고민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들 둘러싼 전문가들의 전망도 서로 다른 실정이다.

베어 스턴스의 엘리자베스 맥케이 시장전략가는 "생산성 제고 등의 영향으로 물가 압력이 상당 부분 억제되고 있다"며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불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4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재고는 소비 둔화와 맞물려 산업생산을 위축시키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둔화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탐 맥매너스 증권 전략가는 연내 1∼2차례 금리의 추가인상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거시지표상 미국경제의 활황세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는 곧 경기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어 브레이크 장치(금리인상)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헨리 윌모어는 기업의 투자러시는 경기 과열의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5∼4%선인 적정성장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FRB가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다.

FRB의 추가금리 인상여부는 앞으로 발표될 경기지표들에 달려 있다.

4일 발표되는 실업률 등 7월 고용보고서를 비롯, 7월 소비자물가(8월16일)를 지켜봐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되버린 금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번 공개시장위회(FOMC)는 오는 22일과 10월 5일에 열린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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