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외국인들 '삼성전자 주가흔들기' 배경

  • 입력 2000년 8월 1일 10시 54분


외국인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그런 외국인들이 7월 중순이후 삼성전자주를 내다 팔아 국내 증시에 비상을 걸었다.이달들어서는 다시 사는 모습이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주가 흔들기'가 뜻하는 것은 두가지로 요약된다.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시각을 지금까지의 '바이& 홀드'에서 '차익거래의 대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첫 번째다.둘째는 여전히 한국증시의 대표주자는 삼성전자이며, 실적대비 저평가주의 대표또한 삼성전자 라는 점이다.삼성전자를 팔아 치워 '마음마저 완전히 떠나는'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외국인들,삼성전자 통해 시장 지배력 극대화 모색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 매매의 주도권을 쥐고 가격을 흔들면서 매매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삼성전자를 투자한도까지 채워놓고 있어 삼성전자를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형국"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매매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가격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6월이후 증시는 뚜렷한 매수세가 실종된 상태다.증시에너지가 취약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은 그대로 종합주가지수의 화살표 방향과도 직결되고 있다.이런점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통해 증시 전체를 컨트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신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그날 종합지수가 오르고,삼성전자가 힘없이 무너지면 주가지수 또한 무기력하게 내려가는 것이 최근 장세의 큰 특징"이라고 진단했다.삼성전자가 그날 장세의 '바로미터' 라는 것.

◆취약한 시장에너지에 따른 수익 창출전략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하락을 거듭한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31일 증시는 삼성전자의 위력을 재차 한번 확인하는 장이었다.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삼성전자가 반등을 시작한 오전 11시 50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로인해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회복,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를 기록했다.주가 급락후 하루만에 700선을 회복한 견인차도 바로 삼성전자였던 셈이다.외국인들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9만주나 순매도 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외국인 매도세는 삼성전자 주가의 재편(흔들기)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올초 47%대였던 삼성전자의 보유비중을 꾸준히 확대, 지난 3월 29일(삼성전자 종가 38만3,000원)에는 5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3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100만주 이상을 팔아치우며 삼성전자 주가를 28만2,000원까지 끌어내렸다.이후 재차 순매수세로 반전하며 대규모 매집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말 28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13일에는 39만4,000원까지 치솟아 전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가흔들기론' 부정

정작 외국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흔들기론'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계증시에서 첨단 기술주들이 잇따라 조정을 받고 있음에 따라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는 것이 주원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투신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의 지난주 삼성전자 매도는 더 큰 것을 얻기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그들이 겨냥하는 가격대가 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할것"이라고 진단했다.

과연 1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매수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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