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증시 울렸다…웃겼다…'삼성전자의 힘' 어디서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27분


삼성전자의 주가가 더위에 맥을 못추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가 넘는 명실상부한 ‘대표기업’.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한해선 세계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자존심이다.

과연 삼성전자의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장점과 약점〓삼성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 영역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반도체에서 가전제품,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 산업의 모든 부문을 고루 갖췄다. 삼성전자측은 “일본의 도시바 정도가 삼성과 유사한 제품군을 갖고 있다”면서 “다른 업체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제품군이 다양한 데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점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내세우는 제품은 D램과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모니터 등 4가지. 그러나 모니터는 시장 규모가 작고 휴대전화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에서만 1위다.

휴대전화는 노키아나 에릭슨에 밀리고, 가전제품은 일본 소니에 밀리고, 컴퓨터는 미국 델과 비교가 안된다. 한 전문가는 “부문별로 모두 1위이거나 1위에 근접해 있다면 전자산업 전체를 쥐고 흔드는 ‘슈퍼 파워’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태에서 노키아 소니 델을 모두 합쳐놓은 업체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삼성전자가 이 업체와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과연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글로벌한 경쟁 시대에 있어서 사업 영역을 다양화하는 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이익을 내는 부분이 반도체, 특히 D램에 편중됐다는 점도 늘 나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1∼6월) 반도체 부문의 매출 비중은 TFT―LCD를 포함해 36%에 불과하다. 휴대전화가 포함된 정보통신 부문이 25%, 디지털TV와 모니터, 백색가전 등이 포함된 정보가전 부문이 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의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에 편중돼 있다.

최고 경영진의 전문성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이건희(李健熙)회장을 포함해 총 12명. 이 가운데 윤종룡(尹鍾龍)부회장과 이윤우(李潤雨) 진대제(陳大濟)사장 등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7명의 대표가 공대 출신으로 엔지니어적인 전문성과 경영 감각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가 하락은 외부적인 요인 때문〓삼성전자의 주가가 맥을 못추기 시작한 것은 7월중순 미국 일부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 삼성전자의 주가는 13일 39만4000원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졌다. 결국 28일에는 28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 5월말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 3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업계와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은 200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문제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역시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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