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계 재폐업 안된다

  • 입력 2000년 7월 30일 18시 45분


한달간의 계도 기간이 끝나고 내일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던 의약분업이 의료계의 막바지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주 의약분업 불참 선언을 한 데 이어 의사들의 66.1%가 재폐업에 찬성함에 따라 내일부터 전면 폐업 또는 불복종 운동에 돌입한다는 기본 입장이다.

우리는 그동안 의약분업의 원칙으로 의사의 진료권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해 왔다. 또 의료계 주장이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 차원’이 아니라는 점도 수긍한다.

그러나 어떠한 명분이나 이유로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집단 폐업은 공익적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 없는 생각이다.

의료계가 지난달 일주일간 집단 폐업을 하며 요구한 것은 약사들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의료계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 6인 소위와 법사위를 통과했다. 다만 국회법 날치기 사태에 따른 파행으로 본회의에 계류되어 있을 뿐이다. 여야(與野)는 약사법 개정안의 경우 본회의 통과를 별도 처리하는데 별 이견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의료계가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지연을 빌미로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나서는 것은 그 명분이 군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한의사협회는 애당초 약사법이 통과되면 일단 의약분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재폐업을 주장하는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의쟁투의 경우 내부 문건에서는 ‘재폐업의 명분이 약하다’면서도 재폐업의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약계가 지금 당장 협조 체제를 갖추더라도 내일부터 시행될 의약분업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약국의 약 준비가 제대로 안돼 상용 의약품을 모두 갖춘 약국은 전체의 4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의약계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국민 불편은 장기화할 것이고 끝내 의약분업이 실패할지도 모른다.

오래된 의료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완벽한 제도가 이루어질 수도 없다. 국민 건강을 전제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분업의 원칙 하에 문제점은 차근차근 고쳐 나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의약분업에 따른 병의원의 수입 감소에 대한 보전책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병원이 다시 문을 닫는 사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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