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JP가 답해야 한다

  • 입력 2000년 7월 26일 19시 26분


민주당과 자민련의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 파동으로 16대 첫 국회가 자동 폐회됐다. 이로써 약사법 개정안과 추경안 등 민생법안들이 표류하게 돼 국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정파 이익에 민생이 매몰된 형국이다. 여야(與野)는 하루라도 빨리 임시국회를 소집해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민주당이 사과하고 운영위의 날치기 법안통과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의 말처럼 ‘여당과 국회,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국회소집문제와는 별도로 이번 날치기 파동에 빌미를 주었다는 이른바 ‘이회창(李會昌)―김종필(金鍾泌) 이면합의설’ 의혹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의혹을 적당히 봉합해서는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

이회창한나라당총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JP와 밀약 같은 것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26일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진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국회법 개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자당 원내총무를 질책하고 “지금까지 원내교섭단체 문제를 협의나 논의의 대상으로 거론한 적조차 없다”며 밀약설 의혹을 단호히 부정했다는 보도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면합의설의 한쪽 당사자인 김종필자민련명예총재가 답해야 한다. 밀약이 있었다든지, 없었다든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날치기 파동의 ‘숨은 장본인’이 JP라는 것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민주당은 어떡하든 원내 다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자민련을 확실한 우군(友軍)으로 만들려 했고 한나라당은 나름대로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을 모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이회창―JP 회동’이 성사됐고 그 직후 민주당은 날치기를 감행했다.

‘이회창―JP 회동’에서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문제를 두고 모종의 합의가 있었으리라는 것이 민주당이 내세우는 ‘이면합의설’이고 자민련측도 그 비슷하게 이야기를 흘려왔다. 그러나 막상 밀약설의 당사자인 JP는 입을 다물고 있다.

JP는 밀약설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한 정파의 수장인 원로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할 당연한 도리다. 그렇지 않고 ‘모략과 술수’로써 자신과 정파의 실리나 취하려 든다면 이미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에서 일고 있다는 ‘구태정치인 JP 퇴출운동’은 급속도로 확산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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