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week]The Corrs - [In Blue]

  • 입력 2000년 7월 25일 09시 18분


▶ 아이리시 정서로부터의 탈피

'What Can I Do'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이리시 팝 밴드 Corrs가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Jimi Hendrix의 'Little Wing'을 R&B로 리메이크할 정도의 과감함을 선보인 그들은 세 번째 앨범 [In Blue]를 통해 다시 한번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세 자매와 한 명의 오빠로 구성된 Corr가(家)의 형제들은 [In Blue]를 그들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들의 확신대로 이번 신작에서는 그들이 [Forgiven, Not Forgotten]와 [Talk on Corners]에서 보여줬던 사운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R&B, 팝 댄스, 일렉트로닉 게다가 레게까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매력인, 세 자매의 보컬 하모니와 부드러운 이미지는 여전해 충격을 받을 만큼 획기적인 변화는 아니다. 다만 두드러지는 부분은 전작들에 짙게 배인 아이리시 특유의 정서에서 벗어나 미국적인 팝 사운드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것.

낯선 아일랜드 특유의 신비로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보다 친숙한 미국적 팝 사운드가 대신한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듀서의 교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Forgiven, Not Forgotten]와 [Talk on Corners]를 프로듀싱했으며, Corrs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David Foster의 후임으로 Robert John "Mutt" Lange가 이 앨범에서 함께 한다. Def Leppard, Foreigner, AC/DC와 같은 밴드들의 앨범은 물론 Backstreet Boys와 같은 보이 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듀싱 경험을 지닌 그를 기용함으로써 Corrs의 사운드는 록적인 면모와 함께 현재 미국 시장을 주도하는 팝 사운드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Robert John "Mutt" Lange가 참여한 곡은 세 곡일 뿐, 그 외의 곡은 Corrs 자신들이 직접 프로듀싱한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비춰볼 때, [In Blue]에서의 변화는 그 누구보다도 Corrs 자신들의 의도라 할 수 있다.

'Breathless', 'All The Love In The World', 'Irresistible'은 Robert John "Mutt" Lange과 공동작곡하고 프로듀싱한 곡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곡들일 것이다. 'Breathless'는 전에 비해 강한 록 비트를 띠며, 신디사이저와 보컬 하모니를 위시한 경쾌한 팝-록 넘버. 'All The Love In The World'는 Robert John "Mutt" Lange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지는 발라드 곡으로 이미 Backstreet Boys 등을 통해 익숙한 스타일의 곡. 여기서는 Corrs의 보컬 하모니도 Backstreet Boys의 보컬 하모니와 다를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좀더 성숙된 이미지를 발한다는 것뿐.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이리시 틴 휘슬(Tin Whistle) 연주도 Robert John "Mutt" Lange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하나의 장식으로 쓰일 뿐이다. 'Irresistible'는 전반부의 진지한 분위기를 중반부에서 살짝 뒤엎는 구성으로 'Breathless'와 함께 경쾌한 팝-록 넘버에 속한다.

이러한 록 비트가 가미된 또 다른 곡은 'No More Cry'. 이 곡은 앨범 녹음 도중 아내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록 비트를 띠는 곡으로, Corrs는 슬픔을 치유하는 데는 기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미국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Corrs가 아일랜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트랜스(Trance)적인 색채가 지배적인 'Give Me A Reason'에서의 바이올린 연주는 다분히 아일랜드 포크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드리운다. 일렉트로닉적인 사운드와 아일랜드 정서의 묘한 만남은 간간이 다른 곡에서도 발견된다. 절제된 편곡과 달리 풍성한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Somebody For Someone'에서의 더빙을 통한 보컬 하모니는 Enya가 들려주는 아일랜드의 신비로움을 담아낸다. 'One Night'의 우울한 스트링 역시 마찬가지.

또한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Rebel Heart'는 완연한 아이리시 밴드의 곡이다. 특히 이 곡은 1916년 일어난 아일랜드 폭동을 다룬 BBC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 레게 리듬을 차용, 브라스 사운드까지 동원한 'Give It All Up'이 이 앨범에서 가장 이색적인 곡일 수도 있지만 이 곡에서 오히려 부각되는 것은 레게 리듬 위에 살짝 덧입혀진 바이올린 연주다. 레게 리듬은 단지 장식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 인상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앨범에서 가장 이색적이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가장 아이리시적인 'Rebel Heart'다. 애상적인 바이올린과 휘슬 연주에 뭍어나는 농후한 아이리시풍의 사운드는 이들이 다름 아닌 아일랜드 밴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이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본작은 사운드에 있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작과 연장선상에 있다. 'What Can I Do?'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학적인 내용이었듯 'Bleathless', 'Say', 'Give It All Up' 등 대부분의 곡에서 이들은 순종적인 태도를 취한다. 미국적인 사운드가 곧 현(現) 팝 시장의 보편적 사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보편화된 사운드 만큼이나 그 내용 역시 보편적이다.

미국적인 팝 사운드 속에서도 아이리시 특유의 정서가 주도적이었다면 오히려 그 천편일률적인 사랑 노래도 남다르게 들리지 않았을까. 보다 폭넓은 성공을 거두기 위한, 혹은 도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미덕일 수 있으나 전작에서 보여준 그들만의 매력이 흐려진 것은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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