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의료계의 말뒤집기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00분


대한의사협회 조상덕(曺相德)공보이사는 21일 보건복지부 기자실을 찾아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완전히 확정된 뒤 재폐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약사법 통과 뒤 곧바로 폐업에 들어가지 않고 의약분업에는 일단 참여하느냐”고 거듭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그렇다”며 인천에서의 폐업 찬반투표에서 폐업 반대가 40%나 되는 등 당장 재폐업에 돌입하기 어려운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의협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조이사의 말이 언론에 보도된 후 “사실과 다르다”고 이를 뒤집었다. 이들은 23일 과천에서 열린 집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전국 회원투표를 거쳐 이 달 내에 재폐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사들이 의약분업과 관련해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 말을 바꾸고 있다. 의협지도부와 산하 의권쟁취투쟁위 전공의협의회의 말이 서로 다르고 수시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재폐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만 혼란스럽다.

의료계의 말 바꾸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 중재로 이달 초 약계와 머리를 맞대고 약사법 39조2항(일반약 낱알판매 허용) 삭제와 대체조제의 원칙적인 불허에 합의했지만 하루만에 파기했다. 병의원 폐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3일엔 고위 당정회의에서 약사법 개정과 의료계 발전방안을 약속하자 처음에는 환영의사를 나타냈다가 몇 시간 만에 수용거부로 돌아섰다.

의료계는 작년 5월 의약분업 원칙에 합의했다가 11월 의약품실거래가 상환제 실시로 약가 마진이 사라진 뒤에야 ‘잘못된 의약분업 반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일주일이면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의약분업이 실시된다. 정부 의약계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도 새 제도의 정착에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의료계의 보다 성숙한 자세를 기대한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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