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희 기념관'유감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50분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 기념관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조성되는 공원에 세우기로 했다는 보도다. 또 건립에 드는 비용 7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민간모금으로 대고 나머지 200억원은 정부예산에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의 신현확(申鉉碻)회장 권노갑(權魯甲)부회장 최인기(崔仁基)행자부장관 고건(高建)서울시장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 등이 19일 ‘청와대 회합’에서 확정한 내용인데 특히 그의 고향이 아닌 서울에 기념관을 세우기로 한 것은 유족의 희망을 고려한 것이라는 보도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이미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양면적 평가가 엇갈리는 시점에 다른 전직 대통령을 제쳐놓고 유독 그에 대해서만 국고지원의 기념관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박전대통령이건 누구건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끼리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전직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예산까지 뒷받침해가며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기적을 이룩한 영도자’라는 극찬이 있는 반면 ‘인권을 압살한 독재자’라는 시각도 엄존하며 아직 그 피해자도 적지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정부가 ‘청와대 회합’, 국고지원 등으로 그에 대한 기념사업을 돕는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그에 대한 ‘긍정적’평가를 전제로 하는 것이 되며 이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라는 비난을 살 만하다.

더욱이 기념관을 고인의 향리인 경북 구미시가 아닌 서울, 그것도 월드컵경기장 주변 내외국인의 출입이 빈번한 공원 안에 짓도록 부지(5000평)를 제공한 것도 유족과 기념사업회측의 ‘숭배’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치적’요구에 정부가 부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비록 정부와 기념사업회측은 숭배 일변도가 아닌 객관적으로 공과(功過)를 판단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을 만든다는 주장이지만 기념관이라는 성격상 당대의 ‘과오와 반성거리’까지 진솔하게 담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박정희 기념관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에 반대하는 모임까지 만들고 결의대회도 연 바 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독재자의 역사가 기념이 되는 뒤집힌 역사의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기념관 건립과 국고보조에 반대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정부의 역사의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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