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설 온라인 증권거래소 나온다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25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자증권거래네트워크(ECN)을 통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을까.

복수 거래소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증권거래법(76조)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올 하반기 이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 따라서 내년 초 쯤에는 거래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드는 사설(私設) 증권거래소가 선보일 전망이다.

ECN시장 선점을 위해 뛰고 있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증권거래소 출신들이 만든 ¤사이벡스는 20일 야간 모의 사이버증권시장(www.cybex24.com)을 열었다. ECN의 전신(前身)격이다.

▽ECN이란〓순수 민간업체들이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등 제도권 밖 인터넷공간에 개설한 온라인 주식시장. 제도권 증시는 회원사인 증권사만을 고객으로 하는 반면 ECN은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투자자들의 주문을 받아 매매를 체결해준다.

다수의 ECN이 생겨나면 같은 종목의 주가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7만원일 때 ECN시장 A에서는 37만5000원, B에서는 36만5000원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하지만 주식값이 낮은 시장에서 사 높은 곳에서 파는 재정거래(Arbitrage)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주가는 같아지게 된다.

제도권 시장과는 달리 많은 인력과 공간이 필요없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싸고, 매매체결 속도가 빠르다는 게 최대 장점. 기존 거래소에서는 “결제시스템이 불안하다”며 ECN을 공격한다.

▽사이벡스의 경우〓사이벡스가 20일 오픈한 사이버증시는 야간 모의시장.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열린다.

상장종목은 거래소 25개, 코스닥 25개 등 총 50개. 한국전력 새롬기술 등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가 활발한 종목 중심으로 추려냈다. 1개월 단위로 거래가 부진한 하위 5개씩은 다음달 상장폐지하고 새로운 종목을 받아들일 예정.

회원으로 가입하면 3000만원의 사이버머니가 계좌에 들어온다. 매매손실이 커져 파산할 경우 ‘온라인 증권교육’을 받으면 다시 3000만원까지 재충전이 가능. 반대로 많은 수익을 내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현금 또는 경품을 탈 수도, 불우이웃돕기에 쓸 수도 있다.

매매기준가는 실제 주식시장의 당일 종가가 된다. 즉 거래소 A종목의 실제시장 종가가 1만원이라면 ±15%인 8500∼1만1500원 사이에서 매수 매도주문을 낼 수 있는 것. 이밖에 당일결제, 단수주문 허용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매매제도는 실제 주식시장과 똑같다.

사이벡스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직원, 전문 사이버투자자 30여명을 전문 트레이더로 영입, 마켓 메이커로 활용할 계획이다.

▽참여의 이점은〓실제 주식시장의 선행지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증시가 폐장되는 오후 3시이후 발생한 종목정보가 사이버 증권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를 검증할 수 있다는 것.

사이벡스 김민철이사는 “특히 밤사이 미국증시의 오르내림이 실제 투자자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벡스는 50개 종목의 주가와 지수정보를 회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실전 주식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값비싼 학습비용없이 매매방법과 기술을 익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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