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KBO에 극비문서가 있다는데.. "

  • 입력 2000년 7월 19일 14시 13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어마어마한 극비문서가 있다.

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을 「탈고안된 전설의 문서」는 무엇일까.

지난 2월 소각한 이 문건의 제목은 「국민에게 드리는 사과문」이다.

82년 출범한 KBO의 입장에서 지난 겨울은 혹독하기만 했다.

선수들이 권익을 찾겠다며 노조성격의 선수협의회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는 KBO 입장은 단호했다.

각 구단이 적자를 보면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같은 조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불만이 많겠지만 8개구단이 돈을 갹출해 운영하는 KBO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들이 각 구단 사장들인데 구단이익에 반하는 의결은 생각조차 할수 없는 상황.

이 무렵 IMF위기상황에서 막 빠져 나오던 각 구단의 모기업은 예전처럼 야구단에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KBO이사 겸 각 구단의 사장들은 선수들을 비롯한 야구계와 모그룹으로부터 샌드위치가 되는 신세였다.

이들의 입장에서 최선책은 선수들이 협의회를 구성하지 않고 모그룹은 야구단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지가 단호하자 마련한 대책이 「프로야구 1년중단」이었다.

박용오 KBO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프로야구 포기를 시사한 것은 당시 개인자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이사회 결의사항이었다.

그리고 이사들은 극비리에 국민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작성했다.

시기상조인 선수들의 단체행동으로 인해 프로야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음을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문서는 곧바로 소각됐다.

당시 현대 선수들이 단체로 선수협에서 탈퇴, 프로야구를 중단시킬 명분이 약해진 결과다.

결국 이 문서는 탈고안된 전설로 KBO이사들과 핵심간부들의 가슴속에 묻히게 됐다.

< Cyber Reporter enter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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