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40세에 새로쓰는 '신의손 신화'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23분


‘신의손은 안양 LG의 수호신’.

올초 ‘러시아인 사리체프’에서 ‘한국인 신의손’으로 귀화한 그가 불혹의 나이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국내 프로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 꼴찌를 맴돌던 안양이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들어 부동의 1위를 질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신의손의 활약 덕분.

신의손이 한국 프로그라운드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92년.러시아내 최우수 골키퍼 클럽인 ‘야신클럽’ 맴버로 한국땅을 밟은뒤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며 당시 천안 일화의 정규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런 활약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그가 뛰어난 활약을 하자 각 구단은 앞다퉈 용병 골키퍼를 수입했고 국내 골키퍼 고사를 우려한 프로연맹이 외국인 골키퍼 출장을 금지시켰기 때문.

하지만 이미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이 든 그는 일화 코치를 거쳐 98년 말 안양으로 자리를 옮겼고 수비보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조광래감독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결단을 내린 것.

그러나 재기무대는 기대밖이었다.2년간의 공백탓인지 올시즌 첫 대회였던 대한화재컵 8경기에서 14실점(경기당 1.75골)하며 “한물갔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신의손의 제 실력은 K리그들어서야 비로소 발휘되기 시작했다.술 담배는 물론 커피까지 입에 대지 않으며 체력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짧은 적응기간을 마치자마자 10개 구단 골키퍼중 유일한 ‘0점대 실점’을 기록하며 전성기때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팀당 16경기씩을 치른 현재 8실점에 그쳐 경기당 실점이 0.5골에 불과하다.

이는 92년부터 98년까지 일화에서 193경기에 출전하며 기록했던 경기당 1.13골을 압도하는 활약.신의손이 이처럼 문전에 빗장을 질러 놓으니 공격수들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는등 팀 전체적으로도 조직력이 최상의 상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조광래감독은 “우리팀이 정규리그 들어 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의손이 문전을 확실하게 지켜준 덕분이 크다”며 “그의 성실한 자기관리는 모든 국내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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