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장애인 변호사 김선국씨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23분


“축구가 있음에 내가 있네.”

16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성초등학교 운동장. 팀을 나눠 축구경기에 여념이 없는 신성조기축구회 멤버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더 벌려줘야지” “수비폭을 더 좁혀줘요”하면서 노련하게 게임을 리드하고 있는 김선국씨(40·동화법무법인 변호사)가 바로 그다.

멋진 드리블에 이은 절묘한 스루패스. 신성조기축구회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다.

김씨를 보면 두 번 놀란다. 먼저 한쪽 팔이 없다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는 그의 모습에 ‘찡한’ 감동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의 신명나는 플레이. 볼을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차 보는 사람도 저절로 흥이 날 정도.

돌이 되기도 전 화재를 당해 잃어버린 오른팔.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팔이 없다는 것 때문에 장애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의 옆엔 항상 축구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는 주위의 부담스런 ‘동정의 눈길’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친구이자 고등학교 시절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었던 그를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에게 축구는 ‘인생의 또다른 동반자’였던 것이다. 혼자 걸어다닐 수 있을때부터 공을 만졌고 그날 이후 축구는 그에게서 떠난 적이 없다.

이렇다보니 김씨는 축구에 유난히 매달린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 번은 공을 차야만 직성이 풀린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어김없이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부인 박미옥(38)씨가 “당신은 가족보다도 축구가 더 좋나요”라고 핀잔을 줘도 그에겐 어김없이 ‘휴일은 축구하는 날’이다. 가정일이나 업무상 불가피한 큰 일이 아니고는 거르는 일이 없다. 올해 장인의 생일 잔치도 원래 일요일로 잡았던 것을 김씨의 완강한 반대로 토요일로 옮겨 치렀을 정도. 91년엔 사법고시를 이틀 남겨두고도 ‘시험을 더 잘 보기 위해’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는 그. 가족은 물론 신성축구회 회원들이 그를 ‘축구에 완전히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휴일날 제대로 된 야유회 한번 못나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도 “축구를 안하곤 일이 손에 안잡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신체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자신이 넘쳐 흐른다.그리고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를 보고 주위에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그는 “그저 축구를 남보다 더 좋아하는 것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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