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現정부 각료충원 메카니즘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34분


《8월초로 예상되는 개각을 앞두고 정치권도 관가도 술렁대고 있다. 대상 부처와 함께 여러 사람들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된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아래서 장관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충원되는 것일까. 그 과정을 들여다 보았다.》

8월초로 예상되고 있는 개각을 앞두고 모부처 장관후보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A씨는 최근 '본인이 장관이 돼야 하는 이유'를 담은 자기 소개서를 제3자를 통해 여권의 한 실세에게 전달했다. 소개서는 남북관계가 격변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상세히 묘사한 후 "미국을 잘 아는 본인이 장관에 적합하다"는 말로 끝이 난다.

자기 소개서를 이용한 A씨의 홍보전략은 사실은 고전적인 입각운동의 한 사례다. 98년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직후 장관을 지냈던 여권의 한 인사는 아예 김대통령에게 소개서를 직접 건네 결국 뜻을 이루기도 했다.

김대중정부의 집권 2기를 맞아 큰 폭의 개각이 예상되면서 입각을 꿈꾸는 사람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선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실세들은 이들의 면담 요청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투자기관장급의 인선과는 달리 개각은 거의 전적으로 김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실세들의 입김에도 한계가 있다.

입각방법은 크게 4가지다. 하나는 김대통령 본인의 천거가 있다. 김대통령의 개인 노트에는 평소 눈여겨 보아왔던 인사에 대한 메모가 꼼꼼히 정리돼 있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비서실장을 불러 "이 사람은 어떠냐"고 의견을 묻는다. 그러면 비서실장이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 비서관실을 통해 해당인물을 스크린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사람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뜻을 이룬 사람들을 좋아하며, 신문에 좋은 글을 발표하는 인사들도 눈여겨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챙겨야 할 사람은 반드시 챙긴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공천을 못받았지만 97년 대선 때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전직 장관 P씨처럼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챙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당이나 여권실세, 가족, 김대통령과 친분있는 재야인사 등을 통해서 올라온 건의서를 참고하는 방법.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행정자치부 문화관광부 환경부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천거가 대개 이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흔히 개각 때면 "○○에게 줄을 댓다더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들 부처의 경우다.

집권초기 한 장관급 인사는 여권 실세의 자택을 뻔질나게 드나든 끝에 중용(重用)에 성공한 적도 있다. 김성재(金聖在)정책기획수석은 김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목사의 추천이 작용했다는게 정설. 이번 개각에서는 주로 영남 출신 낙선자들이 천거대상에 오를 전망. 노무현(盧武鉉) 권정달(權正達) 김정길(金正吉)전의원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공직기강 비서관실이라는 계선을 통해 정식으로 추천되는 경우다. 주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제부처와 김대통령의 '특별한 하달 인사'가 없는 부처가 그 대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4000여명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존안자료가 보관돼 있다. 존안자료에는 △세평 △능력 △경력 △자질 △청렴도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몇 차례 크로스 체크가 이뤄진다.

마지막 루트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다. 우선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을 통해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 사이에 '교체대상 장관'의 범위와 '자민련 몫'이 결정되고, 후임자에 대한 협의가 오고간다.

문제는 여권의 인력 풀 자체가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수연합정권이다 보니 풍부하고 다양한 공직경험을 갖춘 인물군이 과거 정권에 비해 엷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정치적 철학이나 이념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를 찾다보면 전혀 새로운 인사의 발탁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 말했다.

여권의 실세로 통하는 A씨는 "8·15이전에 독립만세를 불렀느냐 이후에 불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김대통령이 야당할 때부터 지지했느냐, 아니면 정권이 바뀌고 나서 지지했느냐가 아무래도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물론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구분도 많이 희석되는 것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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