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탐구]인터넷 만물상 'e베이'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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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95년 어느날 피에르 오미디어는 약혼자 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팸은 페즈(Pez)라고 불리는 캔디통 수집광이었다. 그녀는 진귀하고 독특한 모양의 페즈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투덜댔다. 오미디어는 “바로 그거야”라고 외쳤다.

인터넷에 고물상을 차려 서로 바꿀 수 있도록 주선한다면 애인에게 얼마든지 다양한 모양의 페즈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미디어는 생각했다.

없는 것이 없는 ‘인터넷 만물상’으로 자리잡은 e베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비즈니스 구조▼

▽상품의 거래 및 지불〓e베이의 경매는 상품인도 및 대금지불 모두 당사자끼리 직접 이뤄진다. 어디까지나 당사자간의 책임이기 때문에 e베이는 상품의 인도, 지불에 관련된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

▽고객 전략〓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사기 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건을 사고판 양측이 거래 후 상대방의 신용도를 측정하는 ‘피드백 포럼’을 시작했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피드백 포럼에 들어가 제품 품질에서 배달상태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의 거래신용도에 대해 자세히 써넣는다.

전문 상담원을 고용하는 대신 다양한 고객층 에서 상담원을 선발한 ‘메시지 보드’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커뮤니티 정신〓e베이 고객의 한달 평균 접속시간은 3.5시간. 다른 대형 웹사이트의 3배에 가깝다. 고객을 오래 잡아둘 수 있는 이유는 커뮤니티형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

동전 우표 카드 장신구 등 소장품을 거래하는 e베이 고객들 사이에는 공동체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야후 아메리카온라인 아마존 등 다른 웹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 의식은 서로 비슷한 물건에 관심이 있다는 ‘동지’ 정신에서 비롯된다.

경매방식은 공동체 의식을 극대화하는 촉매작용을 한다. 고객들은 관심있는 물건을 단순히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경매 방식을 통해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소속감을 키운다.

▽e베이 대 아마존〓e베이와 아마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주 비교된다. 아마존은 하루 평균 1600만개의 제품을 판매하며 84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e베이는 380만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 200만개의 제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e베이가 아마존보다 앞서는 것은 순익구조. 판매자로 나서는 아마존과 달리 e베이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중개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통망 확보와 판매인력 채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마존 직원이 3000여명인데 비해 e베이 직원은 400여명. 아마존은 물품 보관창고를 미국 전역에 짓고 있는데 반해 e베이는 거래 당사자끼리 배달을 협의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보관 시설이 필요없다.

e베이는 96년 설립 6개월만에 순익을 내기 시작했다. 94년에 설립된 아마존은 2002년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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