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티베트와 중국'…티베트를 보는 다른 시각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39분


티베트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티베트에서 이상향의 면모만 본다. 우리에게 달라이 라마는 ‘순결한 영혼’을 지닌 구도자’의 면모만 있다. 그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그는 승려 및 귀족과 함께 ‘인구의 95%에 달하는 농노를 통치하는 전제정치체제’를 이끌고 있었던 정치적 수장이기도 했다. 우리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외치는 티베트의 인권보호와 독립에는 관심이 많다(www.tibet.or.kr을 보라). 그러나 왜 티베트 망명 정부가 영국에 있는지, 왜 평화를 외치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의 핵실험에 찬성했는지는 잘 모른다.

이 책은 우리의 편향되고 일천한 티베트 인식을 극복하기에 적합한 티베트―중국간의 관계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티베트 독립을 둘러 싼 양측의 갈등을 폭넓게 소개해주는 데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입장뿐 아니라 우리에게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중국 정부의 입장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양측의 갈등이 1950년 인민해방군이 티베트 진군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7세기초 토번(吐藩)이라는 나라가 티베트지역에 세워지면서 시작된 1400여년간의 역사가 숨어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어 근대 이전에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인지 여부, 13세 달라이 라마가 펼친 친서방정책의 성격문제, 1950년의 인민해방군 티베트 진군이 침략이냐 해방전쟁이냐 하는 문제 등 양자간의 중요한 대립점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민족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중국에게 티베트 독립이 얼마나 심각한 현안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 준다. 특히 영국이 1904년 티베트를 점령함으로써 양자간의 모순에 제국주의와의 모순이 보태지고, 중국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섬으로써 ‘반공적’이었던 달라이라마 체제와의 사이에 이데올로기적 모순까지 겹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양자간의 모순이 결코 쉽게 해결되기에는 중층적이고, 일방적 악한을 규정하기에는 복합적임을 말해준다.

티베트가 중국과 다른 ‘역사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티베트를 중국과 독립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은 좀더 본격적인 연구와 학술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달라이 라마를 한국 땅에서 만나고 싶거나, 티베트의 독립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균형감각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입문서임에는 틀림없다. 476쪽, 2만원

김희교(광운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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