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휴가 편히 보내려면 주식은 털고 가라'

  • 입력 2000년 7월 14일 17시 41분


순환매가 우선주까지 이어지며 주식시장의 질이 저하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매수규모를 줄인 가운데 기관들은 지수가 850을 넘으면 여지없이 매물을 쏟아내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세의 변동성이 매일 크게 나타나 개인투자자들은 휴가를 편히 보내려면 보유 물량을 털어버리라는 충고도 나오고 있다.

◆우선주 급등은 시장의 질 저하 조짐

14일 증시는 850대의 두터운 매물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하락세로 끝났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7.80포인트 하락한 827.95에 마감됐고 거래량도 감소해 3억6271만주에 머물렀다.

전날 신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1만500원이나 빠졌고 그동안 주도군 역할을 하던 증권업종도 6.84%나 하락했다.

주도주가 형성되지 못한 틈을 타 우선주들이 급등했다. 이날 거래소의 상한가 종목은 102였는데 이중 우선주가 89개나 됐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투기성 순환매가 형성된 것이다.

우선주가 급등한 원인은 여러 가지 찾을수 있지만 유통물량이 얼마 되지않는 가운데 일부 세력에 의해 시세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주도주가 형성되지않아 수익률을 낼만한 테마군이 형성되지 못할 때 마지막 종착역이 우선주나 관리대상 종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통물량이 수천주에 불과한 우선주들이 보통주보다 주가가 100배이상 올랐다가 결국 급락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했던 경험을 되새겨 볼 때 우선주 투자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증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충고하고 있다.

◆신규 자금 유입이 매물대벽 돌파의 관건

14일 증시에서는 전날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280억원에 머문 가운데 투신권이 1,302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850포인트에 두텁게 몰려있는 투신등 기관의 대기 매물이 만만치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특히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8만주나 내다 팔아 삼성전자도 38만원대 후반에는 외국인 매도 물량이 대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신흥증권 정병선 상무는 "최근 증시에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 거래량이 8억주를 넘어섰던 것은 그만큼 데이트레이딩에 의한 부풀리기가 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시장 체력이 크게 소진됐다고 보여지므로 신규 투자자금이 들어오기전에는 매물대벽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시점에서 박스권 장세를 깨뜨릴 유일한 주체인 외국인들도 최근에는 선물시장등과 연계된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있어 외국인의 '외끌이'에 의한 주가 끌어올리기도 만만치않은 실정.

한화증권 윤형호 리서치팀장은 "신규자금은 투신권의 신뢰가 회복되고 지수 상승이 확연해진 뒤에야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 기업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는등 증시의 주변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아 800선안팎에서 하방 경직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거래소 시장은 800∼850선에서의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휴가를 즐겁게 보내려면 일단 이익 실현하라

증시가 빠르게 순환매를 보이는 상황에서 하루종일 주식시세판을 보는 투자자가 아니면 장세를 따라가기가 쉽지않은 것이 최근의 증시 현실.그동안 대중주로서 선도주 역할을 하던 은행·증권등 금융주도 상승세가 꺽이며 주도주로서의 위치를 상실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반등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우선주등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장세의 질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수익률을 내기가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놓으면 휴가를 가서도 장세의 변동성에 따라 마음이 편치않을 것이므로 일단 수익을 내면 이익을 실현한 후 마음 편히 휴가를 가라고 신흥증권 정상무는 충고했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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