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톡톡튀는 보고서 화제...동원硏 정동희씨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22분


‘빨갛게 시세판을 물들인 재벌개혁 가능성, 주도적으로 장세를 이끌고 있는 금융빅뱅 움직임, 노랑머리(외국인)도 떠나지 않았다,….’

국내증시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아나가던 6월 5일 배포된 동원증권 일일 분석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추세 상승반전 전망을 ‘폭풍우 뒤에 나타난 빨주노초파남보 7색의 무지개’에 빗대 풀어냈다.‘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기 위해 난해한 전문용어로 두루뭉실하게 표현되는 일반적인 보고서치고는 이만저만한 파격이 아니다.

글의 주인공은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선임연구원(33). 그는 11일자에서 삼성전자의 전고점 돌파를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입성’에 비유하면서 냉정한 시장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6월 16일자에선 여름 증시 대처법을 ‘장마철에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법’에 비유해 증권가의 탄성을 자아냈다.

‘MP3광’을 자처하는 그는 4월 17일자에서는 ‘대중문화가 증시흐름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뚱딴지같은 이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70년대를 풍미한 그룹 ‘아바’의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을 리바이벌한 노래가 99년 12월말 영국 대중가요 차트에서 4주연속 1위를 한 사건이 올해초 나스닥 폭락과 가치주 복권을 예고했다는 것. 한국에선 작년 9월부터 유행한 테크노열풍이 올초 테크노주식 랠리를 선행했다는 주장도 거침없이 내놓았다.

종금사(국제채권딜러)와 다른 증권사(시황담당)를 거쳐 올해 동원증권으로 옮긴 뒤 쓴 98편의 시황분석보고서는 하나같이 엄청난 잡학지식과 파격적인 비유로 가득차 있다.

직장상사인 온기선이사는 “문장이 지나칠 정도로 튀지만 상상력과 문장력에 분석력까지 갖추고 있어 뭐라 할 수가 없다. 증권경력 30년에 저런 친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연초 나스닥시장의 폭락을 예측한 몇 안되는 애널리스트중 하나인 정 연구원은 6월중순부터 국내증시의 대폭반등을 점쳤으며 지난 10일엔 다음날의 금융주 조정을 알아맞히기도 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나 모레를 생각하려 애쓴다. 재료보다는 투자주체간의 밀고당기는 양상에 초점을 맞춘다.” 정형화된 정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 9시뉴스는 절대 보지 않는다고 한마디 붙인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