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Metro]해로즈百 헬기장 설치 시민반발에 '움찔'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런던 시내 한복판에 헬기장이라니.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출입을 금지시켜 화제가 됐던 해로즈 백화점이 이번에는 건물 지붕에 헬기 착륙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시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백화점 소유주인 모하마드 알 파예드의 출퇴근용 헬리콥터. 백화점측은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알 파예드 회장의 신변보호와 런던시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헬기 이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헬기 착륙장 건설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백화점이 있는 나이트브리지에 사는 시민들은 “해로즈 위에 헬기가 날아다닌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라며 “하늘만큼은 평화롭게 놔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땅위에서는 백화점으로 몰려드는 관광객과 차량 때문에 생기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감내해왔다는 것.

나이트브리지 주민단체의 대변인 마이클 라이트는 뉴욕시 팬암빌딩의 헬기추락사건을 예로 들며 “사실 헬기 소음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사고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또 라이트는 “알 파예드에게 착륙장 건설을 허가해 준다면 곧 너나 할 것 없이 헬기 착륙장을 짓겠다고 나설 것”이라며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반발에 놀란 백화점측은 “백화점이 헬기 착륙장을 갖는 것은 주차장을 갖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항변했다. 소음과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알 파예드 회장의 헬기는 ‘지극히 조용한’ 유러콥터135 기종으로 이미 안전성도 검증됐다”고 밝혔다.

영국의 유력 일간 더 타임스지에 따르면 착륙장 건설여부는 11일에 있었던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건설 허가를 잠정 중단시킨 런던시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백화점측 변호인단의 요구로 열렸던 청문회. 청문회에는 나이트브리지 주민 40명도 참석해 착륙장 건설의 부당성을 성토하며 런던시가 내렸던 조치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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