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강환/'한민족 채널' 만들자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방송사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남북 방송인들이 합동으로 남북한 방송 기자재를 번갈아 사용해 사실상 남북 방송교류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미 북한의 영상제작물이 남한에 반입돼 상영됐고 우리 방송인들이 방북해 북한 풍물에 관한 기록물을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의 녹화 제작에 협조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남북한 방송 교류협력에 호응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 방송교류에 대비해 몇 가지 대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법과 제도를 개정 보완해야 한다. 엄격한 방송교류 승인절차를 완화하고 방송관련 전기 통신 업무도 개선해야 한다. 방송교류협력사업 처리 규정을 제정해야 하며 북한영상물 저작권 보호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 영상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남북 방송교류의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방송의 다매체 다채널 환경이 조성되면서 채널수에 비해 가용 프로그램이 부족해 무분별한 저질 외국 프로그램의 수입으로 외화가 낭비돼왔다. 북한 프로그램의 선별적 수용과 북한 영상산업과 연계한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는 국내 방송프로그램 시장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접할 수 있는 견본시가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수출창구가 단일화돼 중복수입으로 인한 혼란을 막을 수 있고 제3국을 통한 고가매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제작협력, 세트제작, 북한배우 기용 등으로 제작비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시대의 남북 방송협력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위성방송은 광역성 다채널 등의 매체적 특성으로 남북한을 방송공동체로 통합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다. 북한도 태국 타이콤 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을 하고 있다. 산악지역인 북한은 지리적 조건, 방송인프라의 취약 등을 극복하는데 위성방송이 효율적이라고 판단,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궁화위성을 북한 위성방송에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능력과 남한의 위성 제작능력 결합 등 기술협력도 장기적인 과제다.

위성방송을 이용한 ‘한민족 공동체 채널’ 운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북한과 중국조선족 재일동포 사할린 연해주 동포들이 시청할 수 있는 한민족 채널이다. 이 채널은 KBS와 조선중앙TV가 주도적 방송사가 돼 협의체를 구성해 각 지역 참여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편성 방영하면 된다.

우리와 같은 분단국이었던 서독의 공영방송도 위성방송을 시작하면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을 통합하는 위성채널을 운영했다. 남북교류시대에 방송이 단순한 상업적 활용에서 벗어나 민족매체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민족동질성은 회복된다. 독일통일도 브라운관에서 시작돼 브라운관에서 종결됐다.

조강환(방송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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