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프랑스식 스테이크의 '신비'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0분


20년 전에 나는 피갈 근처에 있는 시끄럽고 연기 자욱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프랑스식 스테이크를 먹어보았다. 쇠고기 중 옹글레라고 불리는 부위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육질과 거의 콩팥 요리에 가까운 향기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오늘날 옹글레는 뉴욕에서 행거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 식당이 아닌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프랑스식 스테이크는 아직도 신비로 남아있다. 고기 자체가 아니라, 고기를 부위별로 잘라내는 솜씨 때문이다.

나는 내가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뉴욕의 레잘르 식당에서 프랑스에서 전통적인 훈련을 받은 정육업자인 위베르 마리와 함께 일하면서 프랑스인들이 쇠고기를 부위별로 잘라내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정육업자들은 우선 소의 몸통에서 가장 값비싼 부위인 안심과 등심, 그리고 갈비를 잘라낸 후에 이보다 훨씬 작고 잘라내기도 어려운 부위들을 잘라낸다. 배(梨)라든가 거미 같은 이상한 이름이 붙어있는 이 작은 살코기들 중 현재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어깨살, 옹글레, 필레 드 롬스텍 등이다.

옹글레는 소의 양쪽 콩팥 사이에 있는 살코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부위는 금방 까만색으로 변색하기 때문에 모든 스테이크는 당연히 장밋빛을 띠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옹글레가 귀한 음식으로 꼽힌다. 소 한 마리에서 잘라낼 수 있는 옹글레가 한 조각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공기와 접촉하는 부위에 위치해 있어 소가 죽자마자 곧 숙성되기 시작해서 훨씬 향이 짙은 고기맛을 내기 때문이다.

필레 드 롬스텍은 소의 다리에서 잘라낸 살코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방과 연결조직을 모두 잘라내고 남은 약 30cm 길이의 원통형 살코기는 아주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어서 마치 허리살처럼 느껴진다.

우리 식당의 내 상급자는 보르도 출신인데, 그는 마른 포도덩굴 가지 위에서 옹글레를 구워먹던 이야기를 하며 아련한 눈빛이 되곤 한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롱아일랜드에 있는 포도밭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쓰레기로 버리는 마른 가지를 좀 달라고 해서 가져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앤서니 부르댕(요리사)

(http://www.nytimes.com/library/dining/071200french―steak.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