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 폭스바겐 '뉴비틀'‥소비자 향수 자극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광고 100년사상 최고의 광고로 인정받는 광고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40년만에 똑같은 레이아웃에 새 제품만 넣어서 광고를 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십중팔구 ‘창의성이 없다’고 혹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뉴 비틀’을 판매하면서 이런 광고를 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의 광고는 다시 한번 대성공을 거두었다. 소비자는 물론 광고업계 종사들로부터 ‘역시 폭스바겐’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것.

왜 폴크스바겐은 모방을 하면 욕을 먹지 않고 ‘또 하나의 창조’라는 찬사를 받았을까.

광고전문지 에드에이지 최근호는 60년대 폴크스바겐이 내놓은 비틀광고를 ‘광고 100년사상 최고의 광고’로 꼽았다.

큰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졌던 60년대 미국인들에게 폴크스바겐의 ‘작게 생각하자(Think Small)’는 광고 헤드카피는 미국인의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커다란 여백, 작은 것이 강하고 아름답다는 컨셉트는 비틀(딱정벌레)의 품질과 맞물려 대성공을 거둔 것.

또 이 광고는 제품사진을 크게 실을 것, 부정적인 헤드카피를 쓰지말 것, 헤드라인에 회사로고를 꼭 넣을 것, 제품 옆에는 꼭 소비자를 등장시킬 것 등 광고원칙을 모두 창조적으로 깨트렸다.

폴크스바겐의 99년 새 광고는 이 레이아웃을 그대로 살리고 ‘비틀’이 있던 자리에 신제품 ‘뉴 비틀’을 배치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헤드카피. 새 광고의 헤드카피는 ‘deja vw’(기시감). 기시감이란 예전에 본 일이 있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폭스바겐의 헤드카피는 소비자에게 2중의 해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는 헤드카피에서 ‘VW’라는 폭스바겐의 로고를 먼저 보게 된다. 광고 하단부에는 회사로고가 있어 이런 효과를 더욱 촉진한다.

소비자는 ‘VW’라는 폴크스바겐의 로고와 ‘deja vw’라는 단어를 한꺼번에 보고 “어!이 광고를 어디서 봤더라?”는 의식과 기업의 교차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40년전 미국의 거리를 뒤덮었던 딱정벌레 차를 떠올리게 된다. 16만㎞를 달리고도 처음 구입했을 때와 똑같은 딱정벌레의 견고함을 떠올리면서 다시 신제품의 사진을 보니 디자인도 멋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어서 뉴비틀을 사야겠다는 강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폭스바겐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또 기호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뉴비틀 광고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 40년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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