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닥터]투자목적 정한뒤 투신사 선정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49분


지난해 뮤추얼펀드 주식형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이 각광을 받자 억대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이 선망의 대상이 됐다. 대학생들의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미혼 선남선녀들을 짝지워주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요청이 잇따랐다.

하지만 불과 1년만인 지금, 주가침체로 원금이 깨진 펀드가 수두룩한 요즘은 어떤가.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이 ‘2년생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스닥종목인 세종하이테크에 대한 부당거래행위까지 적발되자 이젠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역할은 무엇일까. 또 평생 힘들여 모은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펀드매니저는 그를 고용한 회사(투신사)가 끌어모은 고객들의 자금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을 사고 팔아 이익을 남기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투신사 내의 ‘실무자’일 뿐인 펀드매니저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바 ‘스타 펀드매니저’는 투자의 천재로 비춰졌고, 남들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게 됐다. 투신사들도 이들에 대해 느슨한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어 펀드매니저들은 공시도 제대로 되지 않는 펀드를 갖고 많은 권한을 남용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하이테크 같은 부당행위가 저질러진 것.

연봉싸움을 하다 다른 회사로 떠난 ‘스타급 철새 펀드매니저’도 많다. 이들이 떠난 뒤 그가 맡았던 펀드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수익률이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

결국 일생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스타 펀드매니저가 전권을 갖고 운용하는 펀드보다는 조직내 시스템에 따라 운용의 대강이 정해지고 펀드매니저는 적당한 재량을 갖는 펀드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정보가 많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수십개 투신사들의 펀드운용 시스템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 따라서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투자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적정하게 자산구성을 설계한 다음 펀드매니저와 투신사를 선정하는 것이 차선(次善). 무조건 고수익만을 추구하면서 펀드매니저부터 선정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투자방법이다.

<한국펀드평가 사장>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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