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고객들 대비 부산…거래은행 바꾸기도

  • 입력 2000년 7월 10일 23시 26분


은행 총파업이 임박하자 기업들은 막바지 단계에서의 극적인 타협을 기대하면서도 현금성 단기자금 확보에 들어가는가 하면 파업 불참은행과 긴급 접촉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별 자금 담당자들은 은행 총파업이 강행되더라도 금융 전산을 활용하는 기업 금융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바라면서도 외환거래 중지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부서별로 필요한 단기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했으며 추가 소요자금은 파업불참 은행과 거래한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산 기능이 마비되지 않는 한 입출금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량이체나 어음 및 수표결제 등의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수출업체들은 수출대금 등 외국환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외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 점을 감안, 주거래은행 실무진들을 찾아가 특별히 다짐을 받는 등 비상시 대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10일 오전 김재철회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은 단기자금 확보를 위해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금에 나서는 한편 어음 만기연장을 당부하고 있으며 은행쪽 실무자들과 접촉하며 만약의 사태에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담보력이 약해 기존의 거래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설치된 애로신고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자체 비상대책반을 편성,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전국 각 은행 지점 창구는 필요한 현금을 미리 찾아놓으려는 고객들로 평소보다 붐비는 모습이었다.

예컨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일대와 성북구 안암동, 경기 일산, 분당 등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과 동대문 및 남대문 등 상가지역 지점들은 일시에 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로 혼잡을 빚었다.

조흥은행 동대문지점에는 평소보다 20% 많은 1200여명이 창구를 찾았고 서울은행 고려대 안암병원지점에도 하루 30여명 보다 훨씬 많은 100여명이 현금을 인출해 갔다. 특히 현금 입출금이 수시로 있는 상인들은 파업에 대비, 거래은행을 바꾸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동대문 밀리오레 상가에서 의류도매점을 운영하는 김해랑씨(38·여)는 “하루에 1000만원 이상을 입출금해야 하는데 은행이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당장 비파업은행으로 거래은행을 바꾸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밖에 파업 및 정상영업 여부를 묻는 전화로 은행원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국민은행 남대문지점 관계자는 “창구를 방문한 고객들이 평소보다 많지는 않았으나 은행이 파업을 하는지, 파업을 하면 돈을 찾을 수 있는지, 대출은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꽤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본점을 찾은 이모씨(67·여·서울 송파구 방이동)는 “돈을 맡아 관리하는 은행이 파업을 한다니 더 불안하다”며 “이젠 은행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석민·이나연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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